글로벌 車업계 구조조정 한창인데…韓 "노조 파업 걱정해야 할 판"

입력 2019-02-06 18:16  

노조에 짓눌린 車업계

대표기업들 경쟁하듯 구조조정
GM·닛산·폭스바겐·랜드로버 등
내연기관 인력은 대폭 줄이고 친환경·자율주행차는 증원 포석

韓, 물량조정도 노조 동의 받아야
'반값 연봉' 광주형 일자리 핑계로 현대·기아차 노조, 파업 태세
르노삼성 노사 임단협 갈등 확산…한국GM, 생계비 추가지원 요구
중장기 구조조정 협의 '언감생심'



[ 장창민 기자 ]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 등 상당수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냈다. 임직원들은 실적에 걸맞은 ‘돈잔치’를 기대했지만 회사의 선택은 ‘감원’이었다. 이들 기업은 ‘사상 최대 투자’를 기대했던 정부와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설비 투자도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래 자동차 경쟁에 올인하려면 기존 사업의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은 딴판이다. 구조조정은커녕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짓눌려 코너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생산물량 조정조차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손도 대지 못한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노조 리스크’로 인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내연기관 인력 줄이는 세계 車업계

구조조정의 포문을 연 회사는 GM이다. 지난해 말 국내외 공장 7곳의 문을 닫고 직원 1만4000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GM은 전체 인력 중 70%가 내연기관 관련 일을 하는데 이를 내연기관 30%, 전기·전자 70%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발표 이후 일본 닛산자동차(1000명)와 독일 폭스바겐(7000명), 영국 재규어·랜드로버(4500명) 등 다른 자동차업체도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올 들어선 미국 포드가 유럽 공장 15곳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하고 차량 라인업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도 전체 임직원 4만5000명 가운데 7%인 3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임원을 55명에서 23명으로 줄이고, 상무 부장 차장 등을 ‘간부’ 직급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이 같은 ‘릴레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경기 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작년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2235만 대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래 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기존 내연기관 기반 차량을 줄이고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관련 연구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연기관 관련 생산설비와 인력을 줄이고 미래 차 관련 투자를 늘리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 눈치 보는 한국

정작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한국은 ‘언감생심’이다. 고질적인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저앉아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당장 파업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31일 첫걸음을 떼자마자 두 회사 노조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불씨도 있다. 현대차 노조는 격월로 지급해온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주겠다는 사측에 맞서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려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최저임금발(發) 노사 갈등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완성차업계의 ‘모범생’으로 통하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작년 말부터 20여 차례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2018년 임금·단체협상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노사 갈등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작년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노조 눈치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신차를 생산하거나 공장별로 생산 물량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노조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회사와 업계의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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