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총리가 대표 되면 당이 다시 수렁에 빠질 것
이번엔 문재인 정권 뒤엎을 투사형 인물이 당대표 돼야
내가 막말?…야당 대표가 뒤에 숨어있으면 되겠나
미·북, 남·북 정상회담 뒤에…全大 한달 이상 연기를"
[ 박종필/하헌형/김소현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번 전당대회 도전은 당선되면 8개월여 만의 대표직 ‘복귀’가 된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대표 시절을 당을 재건하는 ‘홍준표 체제 1기’라고 이름 붙였다. 이번에 당권을 다시 잡는다면 당을 도약시키는 ‘홍준표 체제 2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강한 대표’를 강조했다. 그는 “정권은 투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앉아서 놀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는 강한 대여(對與) 투쟁력을 갖춘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년도 안 됐습니다. 너무 빠른 복귀 선언 아닙니까.
“지난 지방선거는 제가 아닌 다른 분이 당대표가 됐어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국민이 여권의 ‘위장평화 프레임’에 넘어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선거 실패에 책임이 없다는 뜻인가요.
“지방선거 때 제가 공천에 직접 관여한 곳은 광역단체장 및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일부 기초단체장 자리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현역의원들이 공천하고 책임지도록 ‘책임공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나마 저는 책임을 지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선거 후 ‘내 책임입니다’라고 말한 우리 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나요.”
▶그간의 센 발언들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선거 때 지더라도 자기 소신과 추구하는 이념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 정당입니다. 작년 11월 이후 민심이 바뀌었습니다. 홍준표가 ‘우리 경제가 통째로 망했다’고 했는데 그게 막말을 한 게 아니라 그 말이 옳은 말이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대표가 되면 어떻게 당을 재건하겠습니까.
“제가 대표를 맡았던 1기 체제 때는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없었습니다. 지휘가 제대로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당대표가 되면 막대한 공천 영향력이 생깁니다. 내년 총선을 이끄는 데 가장 힘 있는 당대표가 될 수밖에 없죠.”
▶총선 공천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1기 말미 때 ‘신보수주의 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하면서 정리해둔 복안이 있습니다. 1기 때 이미 친박(친박근혜)계 청산이 끝났기 때문에 이번엔 이기는 공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앞선다는 평가에 동의하나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일종의 신차 효과입니다. 신차가 출시되면 관심이 집중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1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결함이 없던 신차가 있었나요?”
▶판세를 어떻게 바꿀 계획입니까.
“출마 후보자 간 TV 토론을 권역별로 여덟 차례 정도는 해서 신차(황 전 총리)의 결함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지방에 가서 당원들을 모아놓고 자기 할말만 하는 합동연설회 방식은 구시대적입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행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나옵니다.
“오 전 시장과 제가 (정치적 노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한 사람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아마 오 후보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저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후보에서 물러날 수도 있습니까.
“제가 꼭 (대표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 차원의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탄핵 총리가 대표가 되면 당이 또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 걱정됩니다.”
▶현재 한국당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우리 당엔 투사도, 집요함도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 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군가 구성원이 상처를 입으면 벌떼같이 나서서 도와줍니다. 하지만 우리 당은 누군가 투쟁하다가 상처를 입으면 그 사람의 빈 자리를 꿰차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투쟁력에서 밀린다는 뜻인가요.
“당의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앞장서서 투쟁하려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죠. 황 전 총리는 정권이 넘어가고 집안(한국당)이 망해갈 때 밖에서 숨어있었던 분입니다. 그렇게 해도 반겨주는 게 우리 당의 현실입니다.”
▶‘대안 야당’이 되기 위한 복안은 있나요.
“2017년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 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업에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기업인에게는 간섭하거나 규제하려 들지 말고 자유를 주는 것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정권을 잡았다고 기업에 갑질하고 억압하는 나라가 한국 이외에 또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봅니까.
“경제정책에 이념을 넣고 있습니다. 국내에 공장을 새로 만든 들 민주노총의 놀이터만 제공하는 셈일 텐데 기업이 그렇게 할 리가 있겠습니까.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해 만든 국민연금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연금사회주의’도 적극 비판해 나갈 것입니다.”
▶전당대회 일정이 미·북 2차 정상회담과 겹칩니다.
“연기해야 합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남북한 평화 프레임에 함몰돼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모처럼 한국당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게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언제가 적절하다고 봅니까.
“한 달 이상 뒤로 미뤄야 합니다. 지금은 미·북 정상회담만 보고 있지만 후속으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모두 끝난 뒤에 열어야 합니다.”
박종필/하헌형/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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