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과 기관의 승진·퇴직 인사가 설 연휴 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하다. 많은 기업이 퇴직자와 승진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추세가 주목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숨어 있는 경제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은퇴를 앞둔 근로자들에게는 경력관리가 큰 효과를 갖지 못한다. 로버트 기븐스와 케빈 머피는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퇴직이 가까운 CEO일수록 다른 인센티브 요인보다 연봉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CEO들은 경력관리를 위해 신경 쓸 유인이 적다. 따라서 지금 받을 수 있는 연봉에만 신경을 쓰게 되며, 성과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이다.
반면 경력관리는 신입사원에게 남다른 영향을 미친다. 신입사원은 당연히 경력관리를 중요시한다. 당장의 급여가 적더라도 경력관리를 잘할 수 있다면 앞으로 훨씬 높은 급여를 받거나 높은 직급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의 행태를 관찰한 연구들을 보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 활동한 지 일정 기간 이상 된 펀드매니저는 특정 연도에 자신이 운용한 펀드의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전까지 자신이 운용한 다른 펀드의 수익률 기록이 있기 때문에 그해 수익률이 다소 낮은 것은 단순히 운이 좋지 않았거나 불황이 찾아와 그렇게 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이전처럼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펀드매니저가 된 신입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그에게는 자신의 업무 능력을 평가해줄 다른 평가 기준이 없다. 따라서 지금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만으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입 펀드매니저가 기성 펀드매니저와는 달리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는 이유다. 신입 펀드매니저들은 증시 전반의 평균 수익률을 추종하는 형태로 펀드를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시장 추종형 운용 전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펀드매니저의 행태 역시 경력관리라는 중요한 인센티브 요인에 대한 반응의 결과다. 주디 슈발리에와 글렌 엘리슨은 젊은 기금관리자들이 실제로 시장을 추종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 있다.
경력관리가 유의미한 인센티브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혹은 적용하는 업무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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