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남편이 5년 전 필리핀에서 바람을 피웠으며 현지에 코피노(Kopino)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코피노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필리핀에서 이르는 말로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다.
30대 중반 A씨는 "6살 딸이 있고 둘째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편에게 숨겨둔 코피노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남편은 5년 전 1년 정도 필리핀에 거주했었다는 것.
당시 아이를 낳았던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 와서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친자확인 소송 및 양육비 소송이 걸면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고소장을 보고 A씨가 캐물으니 남편은 "사실이 아니다. 남의 아이다. 나는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분노한 A씨는 남편의 회사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려 망신을 줬으며 시부모님과 시누이에게도 털어놓았다.
시부모는 "제발 이혼만은 하지 말아 달라. 용서를 바란다"라고 애걸했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
A씨는 "유전자 검사에서 코피노 아이가 친자임이 확인되면 남편과 이혼할 생각이다"라면서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화가 나지만 필리핀 여성과 아이까지 낳고 무책임하게 잠적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이혼을 반대하고 있지만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혼하고 양육비를 청구할 것이다"라면서 "내 남편은 안 그러겠지 하며 믿고 살았는데 너무 억울해서 울화통이 터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씨는 소송을 통해 코피노 아이를 둔 남편과 이혼은 물론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세라 변호사는 A씨 사례에 대해 "이혼은 당연히 가능하다"라면서 "재판이혼 사유(민법 제840조 제1호, 제3호, 제6호)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재판상 이혼사유는 민법 제840조 1호~6호까지 6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1호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2호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호는 배우자나 그 직계혈족의 상대방에 대한 부당한 대우, 4호는 상대방 배우자의 직계혈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 5호는 3년간 생사불명, 6호는 기타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다.
김 변호사는 "이혼시 최소 2000만 원~50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는 물론 양육비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데 양육비 금액은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라 자녀의 나이와 비양육친의 소득을 종합하여 결정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행위다.
남편은 자기가 불륜 관계나 부정행위를 해서 혼외자까지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김 변호사는 "남편의 회사에 이 같은 부정행위를 알린 것은 명예훼손죄가 되느냐 문제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이 일로 남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최종적으로는 '공연성 인정 여부'로 유무죄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공연성'은 쉽게 설명해서 '그 사실이 널리 전파되어 당사자 본인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알게 될 가능성'을 말한다.
2014년 5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각지대에 놓인 3만 명의 코피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당한 성적 착취 문제를 오래전부터 제기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잘 살게 되면서 한국 남성들이 필리핀에서 똑같은 악행을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어학연수, 해외출장, 여행 혹은 아예 성매매 목적 등으로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 남성들이 현지 여성과 동거 혹은 혼인하여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태어난 코피노를 양육비조차 지원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고 귀국하여 버림받는 모자가정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대두된 것이 바로 코피노 방임 문제인데, 특히 필리핀은 가톨릭 신념이 강한 나라여서 피임 및 임신중절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과 아이들이 더욱 고통받고 있다.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게시판에는 지금도 수많은 필리핀 여성들과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의 연락을 기다리는 사연이 공개돼 있다.
코피노들은 민간단체 지원을 받아 아버지를 찾기 위한 소송에 나서고 있으며 2014년 서울가정법원이 친자확인소송을 낸 코피노에게 처음으로 승소 판결하면서 소송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외에도 소송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양육비를 받기 위해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 사례는 점점 더 늘 것으로 추정된다.
도움말=김세라 변호사 (경인법무법인 부천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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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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