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남양유업은 한진칼과 달리 경영참여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내달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 사이에선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배당 기업, ‘오너 갑질’ 기업, 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하위 등급 기업 등을 중점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경영 외적인 문제로도 언제든 국민연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를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약 130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 기준인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300여 곳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문만 돌아도 기업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문제 기업’으로 낙인찍는다면 해당 기업은 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영도 크게 위축될 게 뻔하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정부가 밝힌 주요 목적인 ‘수익률 제고’로 연결될지도 미지수다. 상당수 글로벌 연기금도 국민연금이 시행 중인 ‘포커스 리스트(중점관리기업 명단)’ 공개 등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를 오래전에 접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2011년 ‘포커스 리스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망신주기’식 대응보다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가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 노후자금을 잘 관리하고 불리는 일이다. 마이너스 수익률(-0.57%, 작년 11월 기준)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 효과가 의문인 데다 민간 기업 경영도 위축시키는 주주권 행사에 관심을 쏟는다면 연금 안정성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수익률 극대화로 국민 노후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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