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서 잇단 소외…코너 몰린 검찰

입력 2019-02-08 17:40   수정 2019-02-11 17:33

박상기 법무 '檢 패싱'에 이어 믿었던 야당마저 소극적 자세로

사개특위 '새로운 案' 논의 중
검사 직접수사 범위 축소 등 경찰 입장 반영된 법안 추진

법무장관 두 번이나 '檢 패싱'
檢 내부 "우리가 속았다" 불만…특위위원들 경찰쪽으로 기운 듯



[ 안대규/이현진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내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작년 6월 발표된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경찰 쪽 입장을 더 반영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마저 ‘검찰 패싱’에 동참, 청와대 행정안전부 등과 보조를 맞추고 있어서다. 정부안에 반대하던 야당도 소극적 자세로 돌아서 검찰은 비상이 걸렸다.


검찰 권한 더 뺏은 새 조정안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사개특위는 작년 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여야 의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도출한 이른바 ‘간담회안’을 마련해 논의 중이다. 작년 11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정부안(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 부여)보다 검찰 권한을 더욱 축소한 법안이다. 기존 정부안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에 대해 “경찰은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간담회안은 이를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행해야 한다”로 바꿨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추가 혐의가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구해도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대면 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기소 시 경찰이 검찰에 송부해야 하는 수사기록에 대해서도 “검찰이 30일 내 경찰에 반환할 것”을 명시했다. 검찰은 사실상 불기소 사건에 손을 떼라는 의미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기록 원본을 30일 뒤에 돌려주라는 것은 사건을 한 달 안에 끝내라는 것”이라며 “전국 형사부 검사가 800명뿐인데, 연간 120만~130만 건의 불기소 사건을 매달 10만 건 이상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도 기존 정부안에선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중요 범죄’로 명시했지만, 간담회안에선 이를 삭제하고 ‘특수사건’으로 한정했다.

“믿었던 장관 야당마저…” 비상 걸린 檢

간담회안으로 검찰이 코너에 몰리고 있지만 법무부는 느긋한 편이다. 작년 11월까지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법 조문화 작업을 거치는 동안 박 장관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견을 묻지 않아 ‘검찰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조정안이 준비중이던 작년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문 총장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법무부가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자치경찰제 시행’을 조건으로 박 장관의 수사권 조정 제안에 동의했는데,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에 이관하는 현재의 방식은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며 “우리가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검사는 “내부 게시판에 박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싶어도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문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 반대한 반면 박 장관은 여당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 시각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믿었던 야당 의원들 입장도 미궁에 빠진 상태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검찰청 간부를 만나 야당 의원을 상대로 한 지나친 설득 작업은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사개특위 위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찰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 시행이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제는 국가 경찰체제를 사실상 해체하자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이현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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