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정기포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기업인들은 누구보다 바쁘다. 강연 내용이 시원치 않으면 금세 참석률이 떨어진다. 더구나 온라인 무료강좌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회비를 받아가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여는 게 쉽지 않다. 경제단체 등이 주최하는 포럼을 제외하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신생 사단법인인 도전과나눔의 이금룡 이사장이 작년 7월 시작한 ‘기업가정신포럼’은 출범 반년여 만에 유료회원 150명(연회비는 1인당 100만원, 법인 150만원, 청년창업인 50만원)을 돌파했다. 특히 단체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삼구아이앤씨는 10명의 임직원을 이 포럼에 보내고 있다. 부산대 출신 재경 기업인 모임인 효경회에선 매달 30명씩 참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선 오는 3월부터 창업기업인 20명이 보내기로 했다.
매월 1회 서울 역삼역 GS타워에서 조찬포럼으로 열리는 이 모임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프로 강사진이다. 이금룡 이사장은 “최고의 전문가로 강사진을 선정하되 특히 해당 분야의 개척자로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을 초빙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 임영익 인텔리콘메타 대표 변호사 등이다.
둘째, 50분씩 두 명이 강의해 긴장감 있고 압축된 지식을 전달한다. 대개 조찬포럼은 한 명이 강연하는데 이 포럼은 두 명이 연사로 나선다.
셋째, 원탁토론이다. 강연 후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강사와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며 궁금증을 푼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단순히 창업 스토리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창업가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 그 분이 갖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듣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비바리퍼블리카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이 회사가 운영 중인 핀테크인 토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서울대 치대를 나와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었는데도 왜 창업이라는 가시밭길을 걸어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 토스를 만들어냈는 지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창업자의 철학을 이해해야 참가자가 그러면 나는 어떤 일을 왜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철학이 있는 포럼’이 핵심이다.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에 대한 강연에서도 왜 이스라엘의 군대 출신이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켰는 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포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듣는 사람에게 울림을 던져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사들이 깊이있는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6개월 전에 강사를 선임해 충분한 준비시간을 준다. 이 이사장은 1977년 삼성물산 입사후 유통부문 마케팅 이사로 홈플러스 개점을 준비했고 인터넷 사업부장(이사)으로 삼성몰을 열었다. 이후 옥션과 이니시스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포럼 중 사회자로 질문을 전달하고 강연 핵심을 요약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제 이름이 이금룡이어서 매달 두 번째 금요일 아침에 포럼을 연다”며 “한국사회에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데 작은 모닥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끝)/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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