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제품 출시 가로막는 규제 제거"
민간 유전자 검사, 디지털 버스 광고, 전기차 충전콘센트 허용
도심 수소전기차 충전소, 민간업체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 등이 정부 규제 개혁의 핵심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회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업들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를 심의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이날 회의 안건은 4건으로 대부분 기업 신청대로 통과됐다. 현대자동차는 국회, 양재 수소충전소, 탄천과 중랑의 물재생센터, 종로구 현대 계동사옥 등 서울 시내 5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수소차 충전소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도심에 있어야 하지만 용도지역 제한과 건폐율 규제 등으로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의위는 국회, 탄천, 양재 등 3곳에 실증특례를 부여하고 계동사옥은 조건부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근처에 문화재가 있는 계동사옥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등 소관 기관의 심의·검토를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중랑 물재생센터는 작년에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에 따라 공공주택이 보급될 지역이라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전문위원회에서 설치 허용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소비자가 병원을 거치지 않고 민간 유전자검사업체에서 유전자검사를 받는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는 혈당, 혈압, 피부 노화, 체질량 지수 등 12개 검사항목으로 제한돼 있는데 마크로젠은 검사항목 확대를 요청했다.
심의위는 기존 12개 외에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위암,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 실증을 허용했다. 마크로젠은 당초 15개 질환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한 유방암과 현재 치료약이 없는 치매는 서비스 항목에서 제외했다. 마크로젠은 실증특례가 허용된 질환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연구목적의 실증사업을 할 계획이다.
제이지인더스트리는 버스에 LED 등 전광을 달아 광고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전광을 사용한 버스 광고는 현재 옥외광고물법과 빛공해방지법 등으로 불가능하다. 심의위는 광고 패널 부착으로 안전성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광고 조명과 패널 부착에 따른 버스 중량 증가에 상한을 두는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차지인은 전기차 충전소 외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 있는 일반 220V 콘센트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앱 기반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이 콘센트를 사용하면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사용한 공용 전기에 대한 요금을 쉽게 납부할 수 있다. 지금은 전기사업법상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주체가 한국전력 등으로 제한돼 있어 다른 사업자나 건물관리자가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심의위 위원장을 맡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해당 법·제도가 만들어진 과거 상황에 적합했던 규제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