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630억원 최대 규모 벌금 부과
獨, 페이스북 개인정보 수집 과도
年수익 최대 10% 벌금 매길수도
아마존·넷플릭스도 소송 휘말려
[ 배태웅 기자 ]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유럽에서 줄줄이 벌금과 세금 추징을 당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 사이에 본격적인 IT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애플은 10년간 프랑스 정부에 5억유로(약 6400억원)의 세금을 추가 납부하기로 했다. 애플이 10년 동안 프랑스에서 번 수익에 따른 세금이다. 애플은 그동안 프랑스 정부와 ‘조세회피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애플은 유럽 각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내 애플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이를 조세회피로 규정한 것이다. 애플은 조세회피가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작년 12월 프랑스 정부에 사실상 조세회피를 인정하고 분쟁 합의에 들어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8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애플이 아일랜드를 세금회피 창구로 활용했다는 취지의 1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애플과 아일랜드는 결정에 항소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애플은 이전에도 같은 문제로 유럽 각국과 다툰 바 있다. 애플은 이탈리아에서 장기간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를 받고 2015년 3억1800만유로(약 4070억원)의 세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1월 세금 1억3600만파운드(약 1970억원)를 추가 납부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논란에 휘말렸다. 프랑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CNIL)는 지난달 21일 구글이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했다며 5000만유로(약 63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 GDPR 위반으로 벌금을 받은 것은 구글이 처음이다. 벌금 규모도 GDPR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CNIL은 구글이 사용자에게 적절한 개인정보 통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 광고를 보여주는 ‘타깃 광고’에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GDPR은 유럽 내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사용자에게 정보 활용에 대한 설명, 정보 제공을 철회하는 방법, 개인정보 통제 권한 등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했다.
페이스북도 개인정보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독일의 반독점 조사기구인 연방카르텔청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 와츠앱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페이스북이 독일 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사용자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했다고 본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자사가 운영하는 와츠앱,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얻은 이용자 데이터를 통합 운영해왔다. 와츠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페이스북도 사전 고지 없이 활용할 수 있었다. 독일 정부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앞으로 페이스북은 서비스 사용자들로부터 명확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메신저를 통합 운영할 것이라는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유럽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만약 페이스북이 독일 당국의 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연간 수익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다른 미국 업체들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 유럽 내 비영리단체인 NYOB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유튜브, 아마존도 GDPR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달 소송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과 EU 사이의 디지털 무역 갈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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