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 과정이 특정인을 위한 ‘배려’로 점철됐다는 의혹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임명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렇다 할 해명도, 별다른 반박도 없다. 규정에 따른 합법적 절차였다는 점만 강조한다. 문화예술계의 일반적 정서와는 유리된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국립현대미술관장 선발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인사혁신처의 역량평가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해 ‘특정인을 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논란이 일자 마지못해 응한 역량평가에서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만 통과했다. 윤범모 신임 관장은 아니었다. 그러자 문체부는 재평가를 요구했고, 윤 관장이 통과하는 발판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역량평가를 두 차례 한 것은 처음이다. “문체부의 이례적인 결정은 신임 관장 내정설을 확인시켜준 거나 진배없는 꼴”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윤 관장은 근대미술 전문가로 민중미술계를 대표하는 평론가이자 교육자로 꼽힌다. 그럼에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선발 절차는 그가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아니라 민족미술협회 소속이라는 ‘출신’에 이목이 쏠리게 했다.
이번 정부 들어 문화계 공공기관장과 예술단체장들의 인선이 늦어진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모 절차를 거치고도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공모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만 채우려다 보니 인재 찾기가 쉽지 않다”는 뒷담화가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임기를 끝낸 뒤 두 달간 관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절반가량이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분류된다. 그래서 갖춘 실력이나 미래 비전이 아니라 과거 소속으로 될 사람인지 아닌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개방형 공모제의 취지를 살려 인사를 해야 블랙리스트 단죄나 적폐청산에도 명분과 힘이 실릴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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