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A가 친구인 학생 B의 지갑을 훔쳤다. 학생 B는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렸고, 선생님은 학생 A를 교무실로 불렀다. 그러자 학생 A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학생 B의 지갑을 돌려주는 등 피해를 보상하고, 앞으로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하는 등 스스로 먼저 약속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선생님은 더 이상 학생 A를 나무라지 않고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와 같이 위반사업자(학생 A)가 스스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학생 B)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 등의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이 시정방안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질서를 회복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될 경우 공정위(선생님)가 법적인 제재 없이 심의를 종결하는 것을 동의의결제도(공정거래법 제52조의2 내지 4)라고 한다.
이러한 동의의결제도를 잘 활용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법적 분쟁에 따른 시간과 각종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공정위 역시 법 집행 효과를 통상적인 절차와 거의 동일하게 구현하면서도 기업의 동의를 얻어 냄으로써 법 집행을 원활히 하면서 위법성 판단과 관련된 쟁송 등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위반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거나 고발요건에 해당 또는 동의의결이 있기 전 동의의결 신청을 취하한 경우에는 동의의결을 하지 아니하고 심의절차를 진행한다. 다시 말해 담합행위나 고발 대상이 되는 행위와 같이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뒤늦게 반성하며 시정방안을 제시해도 용서를 해 주지 않는다. 결국 동의의결은 중대하지 않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적용되며, 위반사업자가 제시한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수용할 경우 공정위는 더 이상 위반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동의의결제도를 적용한 첫 사례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던 네이버와 다음이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공정위가 적용 개시를 적용하여 네이버와 다음이 제시한 시정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어떠한 단어를 검색창에 치면 국내검색포털 이용자는 통합검색 시스템에 따라 다양한 카테고리의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문제가 된 것은 바로 네이버와 다음이 자사 혹은 계열사가 운영하는 쇼핑, 부동산, 영화, 책 등의 전문서비스와 키워드광고까지 그렇지 않은 정보 검색결과와 구분 없이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전문서비스를 통한 영화예매, 음악감상, 도서구매가 이루어지면 네이버와 다음은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키워드 광고의 경우에는 검색결과창에 뜨는 판매업자들의 목록, 심지어는 노출되는 순서까지 광고료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선택에 미치는 두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판매업자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이들 포털사이트와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광고가 다른 곳이 아닌 네이버와 다음에만 들어오는 결과가 되었다.
이에 네이버와 다음은 키워드광고와 전문서비스를 검색결과와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 시정하였고, 이용자 후생제고와 관련사업자 상생지원을 위한 금액도 구제방안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종결했다.
이처럼 동의의결제도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시정과 피해보상 절차가 공정위의 통상적 의결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동의의결제도의 요건과 절차를 잘 구비한다면, 동의의결제도는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경우 빠른 문제해결이 필요한 사안에서 해당 기업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학력 및 경력]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제36기 수료
△ 서울대학교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 수료(공정거래와 한국의 미래)
△ Federal Trade Commission(미국 공정위, Internship)/Steptoe & Johnson LLP(미국 로펌, International Legal Trainee)
△ 공정경쟁연합회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 수료(제6기)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
△ 머니투데이, 이투데이, 삼일인포마인 칼럼위원
△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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