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송파 헬리오시티', 이번에는 감사패 소동

입력 2019-02-13 09:01   수정 2019-02-13 10:07

"업계 과열 경쟁이 부른 해프닝"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서울 및 수도권 시세를 쥐고 흔들고 있는 아파트. 가락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이번에는 '감사패'로 구설에 올랐다.

송파 헬리오시티는 규모만큼이나 HDC현대산업개발(주간사),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 3개사가 시공에 참여했다. 해프닝의 시작은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조합이 현대건설에만 감사패를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조합으로부터 뛰어난 공사추진능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준공 감사패'를 받았다"며 "현대건설은 비주간 시공사임에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조합과 업무협조에 나섰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준공 인가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을 당시, 준공 허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무사히 준공 인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사의 미담을 직접 전했다. 실제 송파 헬리오시티는 작년말 사업시행계획 변경안건으로 조합 내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사용승인(준공)이 늦어질 위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입주가 제 때 못하는 '입주 대란' 우려도 있었지만, 가까스로 해결된 바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간사인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삼성물산은 발끈했다. "3사에게 모두 감사패를 줬는데 무슨 얘기냐"는 것이었다. 지난달 31일 조합은 3사에게 모두 감사패를 주는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면서 독자적으로 받은 것처럼 알려졌다는 얘기다. 이후 나머지 회사 중 한 곳이 "우리도 받았다"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감사패 소동'은 마무리됐다.

공동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나머지 2개 시공사들은 조합원들이 준비한 조촐한 행사 정도로 여겼다"며 "현대건설이 감사패를 받은 뒤 2주가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거짓을 자랑처럼 밝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는 2015년 2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6551가구의 철거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착공했다. 공사 현장에 투입된 인력만도 하루 4000명, 3년간 180만명에 달했다. 단지가 크다보니 3사는 동별로 시공사를 나뉘어 진행했다. 때문에 조합이 현대건설에만 감사패를 줬다고 치더라도, 단지 전체에서 일부 동들의 조합원만 감사를 전한 셈이 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실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들에게 감사패를 주는 행사는 종종 있는 일이다. 아파트의 마지막 단계인 입주가 시작되고, 입주민들이 어느정도 채워지면 이러한 행사가 으레 열린다는 것. 조합과 시공사는 감사패를 증정하면서 "그동안 수고많았다", "남은 하자보수를 잘 부탁한다" 등의 얘기를 나누는 게 흔한 풍경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감사패 해프닝을 지켜본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재건축 수주전'의 단면으로 해석했다. 그는 "공동으로 시공한 3사들 모두 강남을 비롯해 주요지역에서 수주전 때마다 마주치는 회사들이다. 수주전을 앞두고 사업부서에서 뭐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보니 거짓말까지 동원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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