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연합뉴스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가 "역전세나 깡통전세 등 상황에 대해 당분간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집값이 한참을 오르다 이제 낮아지고 있는 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전세가라도 낮아져야 좀 더 싼 집에서 살 수 있는데 집주인의 자금 사정까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현 상황으로만 보면 정책 과잉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깡통전세 등 문제는 고용위기 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국지적인 문제는 필요하다면 핀셋 대책을 쓸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역전세나 깡통전세의 배경이 되는 집값 및 전세가 하락이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성과라고 판단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전세는 기본적으로 사인(私人)간의 거래이므로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거나 시스템을 위협할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는 한 국가가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이제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자를 돕는 대책을 낸다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전세와 깡통전세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세가 하락이 역전세로 이어져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갭투자자들이 집을 내놓을 경우, 부동산 시장이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하면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로 진입할 수 있다.
또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라 역전세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 향후 목표가 현 상태 유지인가 추가 하락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안정은 이 자체가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며 서민에게 여전히 집값이 소득보다 너무 높다거나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경제팀은 역전세나 깡통전세 등 상황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거나 가계부채 등 시스템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경착륙 상황으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실태 파악에 우선 주력하기로 했다. 가장 관심을 갖는 포인트는 전세를 끼고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 보유자가 전세가 하락을 견뎌낼 수 없을 만큼 자금력이 취약한 지 여부다.
다주택자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판단할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주택 매각 때 혜택을 주는 등 집주인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정책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세 만기에 돌려줄 전세금 중 부족분을 집주인에게 대출해주는 역전세대출 상품, 전세금 반환 용도에 한해 9·13 대출규제에 일부 예외를 적용해주는 방안 등도 검토 목록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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