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면 410만㎡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D램·차세대 메모리 등 30조짜리 반도체 라인 4기 건설
2022년께 착공…부품·소재·장비 협력사들과 동반 입주
반경 50㎞내 세계 1·2위 반도체 공장 집결…시너지 기대
[ 좌동욱/임도원 기자 ] 정부가 경기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산업집적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차세대 첨단 반도체 공장을 수도권에 지어야 한다’는 반도체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인허가 결정이 나면 주력 제품인 D램뿐 아니라 D램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공장도 짓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간 120조원가량을 쏟아붓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된 배경이다. 2024년께 공장이 완공되면 반경 50㎞ 이내에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집결하게 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2년 검토 후 ‘용인 투자’ 결정
13일 정부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차세대 반도체 공장 부지를 본격적으로 물색하기 시작한 때는 2017년 초 무렵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경기 이천의 ‘M14’ D램 공장이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반도체 슈퍼호황’에 올라타면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던 시기였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충북 청주, 이천 공장에 각각 반도체 라인을 추가로 한 개씩 투자할 여유 부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공장이 100% 가동되는 2023년 이후가 문제였다. 약 2년간 검토한 끝에 낙점된 후보 지역이 용인 원삼면 일대다. 신안성변전소 등 전력시설과 용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이천 및 청주 공장과 가까웠다.
관건은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도권 규제를 푸는 일이었다. SK하이닉스는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신공장에 D램뿐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공장도 짓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메모리 제품은 속도가 빠른 D램의 장점과 전원에 관계없이 데이터를 오래 저장하는 낸드의 장점을 두루 갖춘 반도체다. 이런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연구하는 석·박사급 인력을 유치하려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게 SK하이닉스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계 회사들은 이미 2015년 합작사를 세운 뒤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들어간 터여서 시간도 많지 않았다.
반도체 삼각벨트 구축
SK하이닉스는 정부 인허가가 완료되면 ‘용인-이천-청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정부에 제시했다. 이천 공장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중심지, 청주는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로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첨단 공장이 들어서는 용인 지역엔 주력 제품인 D램과 차세대 메모리 라인을 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410만㎡(약 124만 평) 규모로 조성될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중 231만㎡(약 70만 평)를 본사와 협력사가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공장(약 87만 평)에 버금가는 규모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설비 투자 계획을 반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꺾인 뒤 중장기 투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이 용인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가장 환영하는 곳도 1, 2차 협력회사들이다. 한 협력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을 채용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고 털어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가입된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86곳 중 연매출이 1조원 이상인 업체는 7곳(8.1%)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산업 집중에 따른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서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의 약 3분의 1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1, 2차 협력사”라며 “이들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임도원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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