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없이 세수 늘리기 위해선 소득세 아닌 상속·자본세 개편을"
[ 추가영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미국에서 불붙고 있는 부유세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게이츠는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를 지지한다면서도 극단적인 세율 인상은 탈세 등을 부추겨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유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나 소득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게이츠는 12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유층에 누진세율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일부 급진적인 주장은 탈세를 조장하고 경제활동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부자들이 소득을 숨기고 재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억만장자를 없애려고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세계 2위 부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는 967억달러(약 108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게이츠는 미국 정치권의 부유세 논의와 관련해 “소득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더버지는 풀이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현재 39.6%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1000만달러가 넘는 구간에는 70%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게이츠는 “미국 상위 400명의 고소득자에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며 “이들은 근로소득 급여보다는 주식 등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데 이런 소득엔 최고 소득세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소득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주식을 팔아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자본 이익으로 분류돼 일반적인 소득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여도 실제 증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이츠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선 상속세, 자본세, 사회보장세를 개편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경제활동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진보적인 세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NBC는 자산 5000만달러 이상 계층에 2%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의 주장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게이츠는 2000년 부인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 민간 자선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보건의료 서비스 확대와 빈곤 퇴치 활동을 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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