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가 '블록체인 산업' 뛰어든 이유는?

입력 2019-02-13 21:00  

(대전=성수영 경제부 기자) 오래된 농담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자기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월급을 주는 기업이 있습니다. ‘악덕 기업’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할 이 회사는 뜻밖에도 정부 소유입니다. 게다가 직원들까지도 자신이 만들어낸 상품으로 월급을 받는 데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이 회사는 어디일까요?

기사 제목에 써 있듯, 답은 한국조폐공사입니다. 실없는 농담이지만 ‘돈을 찍어내는 인쇄소’라는 조폐공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잘 드러나 있는 얘기 같습니다.

의외로 조폐공사의 사업 영역은 넓습니다. 조폐공사는 은행권 제조 기술을 활용해 증권과 채권 등 유가증권은 물론이고 백화점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 상품권 등도 만듭니다. 여권과 주민등록증 등 국가 신분증(ID),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잉크도 생산해 제품 종류가 150여 가지에 달하지요. 조폐공사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자면 ‘위조 방지 기술이 들어가는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조폐공사는 디지털 정보가 위·변조되지 않게 도와주는 신기술인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분산형 원장 기술’로도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레고블록처럼 정보를 블록들로 각기 연결해 저장하는 까닭에 해킹이 어려운 특징이 있지요.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는 시기에 블록체인이 온라인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지배적인 기술이 될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13일에는 관련 사업 중 첫 번째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모든 관련 거래를 행정 당국이 추적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부당 이득을 챙기는 ‘상품권 깡’ 방지 효과가 있겠지요. 소비자는 간편하게 모바일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수익은 판매자 통장에 바로 입금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조폐공사는 오늘 21일부터 성남시와 시흥시에 이 같은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예정입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온라인 신뢰’ 서비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조폐공사의 설명입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이 서비스가 행정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되면 청년배당,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수당을 대상자에게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어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전자투표에도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지요. 조폐공사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끝)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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