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국제부 기자)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하늘의 호텔’이라고 불린 초대형 여객기 A380의 생산을 2021년부터 중단한다고 14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A380의 생산중단은 판매 부진 때문입니다. 기체가 너무 큰 탓에 대형 공항에만 취항할 수 있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주문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에어버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이 A380기 주문을 취소하면서, A380 주문 잔량이 한 건도 없게 되면서 더이상 생산라인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에 홍콩항공이 10대의 A380 구매를 포기했으며, 이달 초엔 호주 콴타스항공이 A380 8대의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항공사들은 초대형 항공기 대신 보잉 787 드림라이너와 에어버스 A350 등 신기술을 적용해 연료 효율을 높인 기체를 선택하는 추세입니다.
2008년 첫 취항한 A380은 객실 전체가 2층 구조로 만들어져있어 한 번에 5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울 수 있습니다. 초창기엔 전세계 항공사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에어버스가 공장을 최대로 가동했음에도 항공기를 인도받으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 클래스석)을 비롯해 면세품 전시공간과 바 라운지 등으로 꾸며 취항 초기 ‘항공 덕후’들의 필수 체험 코스로 각광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싱가포르항공과 UAE의 에티하드항공 등은 A380의 1등석을 침대가 있는 방으로 꾸미고 스파 시설까지 들여놓는 등 고급화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A380의 퇴장에 유럽 사람들이 특히 아쉬워 한다고 합니다. 미국 보잉의 B747이 세계 최대 여객기 타이틀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잉은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의 연합 기업 에어버스의 최대 라이벌입니다. 대형 여객기에 대한 수요가 줄고는 있지만 보잉은 여전히 B747을 생산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1960년대 만든 B747을 개량한 최신버전 B747-8은 아직도 꾸준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끝)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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