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원자로'가 현실서 가장 근접
핵융합 연료 1g=석유 8천t 에너지
핵융합硏 "2050년께나 가능할 듯"
[ 송형석 기자 ]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사진)의 배경은 기차다. 지구 멸망 후 생존자들이 엔진이 멈추지 않는 무한동력 기차를 타고 17년째 지구를 돌고 있다는 게 영화 속 설정이다.
연료를 추가하지 않아도 계속 움직이는 무한동력은 사람들의 오랜 꿈이다. 에너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내외에서 무한동력을 발명했다고 발표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들 중 ‘진짜’는 아무도 없었다. 무한동력이란 개념 자체가 열역학 법칙에 어긋난다.
열역학 제1 법칙은 “에너지는 창조되지 않는다”, 제2 법칙은 “열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바뀔 때 100%의 효율을 낼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차도 마찬가지다. 마찰이나 열 등으로 에너지가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동력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이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열차 동력의 과학적 근거를 말하라고 하면 ‘핵융합 원자로’가 가장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열과 빛을 얻는 것과 방식이 같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이 고온에서 결합,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는 흔한 물질이며 핵융합 연료 1g이면 석유 8000t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중간에 수소 연료를 보충할 수 있고 핵융합 원자로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면 수년간 기차를 달리게 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핵융합에 대한 연구는 1970~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30년 정도 연구하면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당시 과학자들의 주장이었다. 지금도 이 숫자는 그대로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 발전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로 2050년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핵융합이 일어나는 온도다. 태양은 중력이 커 1500만 도 안팎 온도에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구에서 이를 재현하려면 1억~1억5000만 도 선까지 온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과 중국 과학자들은 최근 실험용 원자료 내 수소 온도를 1억 도 선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유지 시간이 1~2초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아니라 중수소끼리 반응한 실험의 결과다. ‘유사 무한동력’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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