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 드라이브 건 문 대통령…연내 마무리 의지
법제화 없인 개혁 수포로 돌아가…국회에 개혁법안 통과 압박
공수처 신설 반대하는 檢에 경고…"수사권 조정 거부할 이유 없어"
조국 "檢·警, 개혁 대상이자 주체"…문무일 총장·민갑룡 청장은 불참
野 "문 대통령, 경찰을 '칼찬 순사'에 비유…일제 잔재로 매도하나" 비판
[ 박재원 기자 ]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관련 입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는 호소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반대하는 검찰에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 “비뚤어진 권력 그림자 벗는 원년”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지만 두려운 것은 법·제도적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집권 4년차가 되기 전에 개혁 작업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비롯한 당·정·청 관련 인사가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시대 경찰이 국민에게 공포 대상인 ‘칼 찬 순사’로 불려왔던 것에서 벗어나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또한 감시·견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 문턱 넘기 총력…‘플랜B’ 마련도
이날 회의에서 가장 방점이 찍힌 부분은 ‘개혁의 법제화와 제도화’다. 문 대통령은 ‘갈라놓은 물이 도로 합쳐져 버린다’거나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간다’는 등의 표현을 통해 법제화 없이는 개혁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미 논의가 다 끝나고 법안도 마련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조문까지 다듬고 있다”며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입법전략회의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당정이 추진하려는 공수처 신설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정원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윤곽이 드러난 자치경찰제 역시 현 상태로라면 연내 입법이 불투명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지금 대통령령이나 부령, 규칙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했다”며 “국회가 해줘야 할 문제에서 막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모두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입법이 끝내 막힐 경우 입법 없이 최대한 권력기관 개혁을 구현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치경찰제 정치적 중립 지시
문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에 반대하는 검찰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가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언급되면서 검찰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스스로 검사 비리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하거나 또는 경찰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수사할 수 있으면 공수처라는 기관이 왜 필요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영장 발부를 통해 중요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자치경찰제에 대해선 “자치단체장들이 대체로 민주당 소속으로 야당이 더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조 수석 역시 “검찰과 경찰은 개혁 주체임과 동시에 개혁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회의에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기찬 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일제 시절 의병과 독립군을 토벌하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경찰을 ‘칼 찬 순사’에 비유하며 그들이 대한민국에 그대로 편입됐다고 밝혔다”며 “우리나라 경찰을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국민을 탄압하는 부당한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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