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살아난다"…돈 몰리는 공모주펀드

입력 2019-02-15 17:28  

연초 반등장 지속여부 불투명
공모주 담는 하이일드 혼합형에 올들어 2174억원 순유입

공모주펀드는 10년째 매년 수익
교보생명 등 대어급 IPO '호재'



[ 마지혜 기자 ] 연초 공모주 펀드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공모주 펀드는 평소 채권에 주로 투자해 채권 금리만큼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다가 우량 기업이 신규 상장하는 기회가 있을 때 공모주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 펀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나을 것이란 전망이고, 연초 국내 증시가 크게 반등했지만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상승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권+α’ 추구하는 투자자 몰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혼합형 펀드 가운데 하이일드 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1797억원에서 15일 2174억원으로 377억원(20.98%) 늘었다.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의 여러 유형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선택해 운용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경우 연초 증시 급반등에도 설정액은 오히려 줄었다.

‘흥국 공모주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이 기간 757억원에서 1137억원으로 50.2% 불어났다. 작년 말 64억원이었던 ‘교보악사 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펀드’ 설정액도 15일 18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이일드 혼합형 펀드는 투자자산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이 가운데 30% 이상은 BBB등급 수준의 하이일드 채권이 차지한다. 자산의 40% 이하로 주식 투자를 하는데, 증권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IPO 시장에서 전체 공모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다. 일반 유통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상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 고액자산가나 법인투자자 가운데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것을 꺼리는 투자자가 많다”며 “잃지 않는 투자를 목표로 채권 중심의 안정적 투자를 하면서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펀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전체의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없었다. 작년에도 공모주펀드 113개는 평균 0.92%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공모주 펀드가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에 설정된 헤지펀드 1900여 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지난해 하반기 증시 급락 여파로 연간 기준 손실을 봤다. 하지만 IPO 중심의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는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공모주 투자 성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파인밸류 IPO플러스펀드(S형)’는 작년 8.78%의 수익을 올렸다.

“공모주 시장, 올해는 볕들 것”

작년 공모주 시장은 기대와 달리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상장 예정이었던 ‘대어급’ 기업들이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지난해 IPO 시장 규모는 2017년(8조원)의 3분의 1인 2조8000억원에 그쳤다.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시원치 않았다. 지난해 4월부터 출시돼 3조원 이상의 자금(공·사모 합산)을 끌어모은 코스닥벤처펀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투자자가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펀드가 신규 상장주와 비상장주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자금이 IPO 시장으로 대거 몰렸다. 수요 과잉으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탓에 공모주 주가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친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교보생명, 지누스 등 공모 규모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어급이 귀환하고, 코스닥벤처펀드의 신규 상장주 편입도 어느 정도 끝난 상태”라며 “올해는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 규모를 4조500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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