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국제부 기자) 50년 전통의 ‘클럽 마약’이 우울증과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환각제로 쓰이던 케타민 계열 물질을 이용한 신약이 이르면 올해 나온다고 합니다. 자살 충동을 즉각 사라지게 하고 우울증을 빠르게 완화시켜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외신들은 우울증 치료약 분야에서 1987년 프로작(Prozac)이 나온 이후 가장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신물질 에스케타민을 심사한 외부전문가들이 신약의 승인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외부 패널리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 거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J&J연구팀은 케타민이 우을증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990년부터 이 약을 연구해왔습니다.
프로작을 비롯해 현재 정신과 병원에서 쓰는 먹는 약물들은 일주일 정도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코 안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에스케타민 신약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다른 기존 약들도 특정 유형의 우울증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등의 단점이 있었는데, 신약은 거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임상실험에서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군에 대한 반응률도 긍정적이었다고 회사는 소개했습니다.
다만 패널 심사단계에서 이 약의 성분이 마취제 케타민 계열이란 점이 논란이 됐습니다. 케타민은 ‘스페셜K’라는 이름으로 엑스터시, 루피와 함께 클럽 등에서 환각제 혹은 강간 약물로 종종 오·남용되는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케타민이 LSD나 엑스터시와 같은 약물에 비해 오남용 비율이 낮고, 우울증 약에 쓰인 용량으로는 사람을 환각에 이르게 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신약을 승인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심사에 참여한 17명의 위원 중 1명이 기권하고 14명이 신약 승인을 찬성했다고 합니다. 신약 출시에 반대한 위원은 2명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 기존 우울증약 프로작을 먹은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부작용인 성기능 장애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다른 기존 약물도 심하면 시력 이상 등의 중대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반면 에스케타민은 임상실험 결과 비교적 부작용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약물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드물게 유체이탈과 같은 환각 증상과 혈압의 급격한 상승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FDA는 다음달 초 시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J&J는 이르면 올 상반기 내 ‘스프라바토(Spravato)’라는 상품명으로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끝)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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