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상업시설이 결합된 주상복합 단지가 또 한번 진화하고 있다. 주거·상업시설에 오피스나 업무시설이 결합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유동인구를 늘려 상가의 공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주거수요뿐만 아니라 직장인까지 배후수요로 둘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건설사들은 주상복합 단지에서 ‘상업시설’보다는 ‘주거시설’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아파트 못지않은 설계와 남향 위주의 배치, 관리비 절감 시스템 등의 노력이 이어졌다. 아파트 분양이 잘 돼야 배후수요가 채워지고, 이는 상업시설의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빗나가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부 신도시에 들어선 대형 주상복합 단지들은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준공은 됐지만 신도시다 보니 유동인구가 아직은 적고 단지 내 입주민의 움직임도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고, 구하더라도 임대료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태다. 상가 공실이 길어지면서 입주민의 주거환경도 낮아지고 있다. 주상복합의 장점인 편의성은 떨어졌고, 빈 상가로 인해 단지 분위도 휑한 분위기다. 위례신도시나 동탄2신도시 등의 주상복합 단지가 대표적이다.
주상복합, 지하철역 연결…오피스 구성
건설사들은 이제 주상복합 단지에서 ‘상가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단지를 새로 지으면서 지하철 역사와 연결하거나 단지 내에 업무시설을 포함시키고 있다. 상가들이 1주일 내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신도시나 새로 형성되는 택지보다는 기존 도심에서 이 같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오피스텔 공급을 시작한 대우건설의 ‘신중동역 랜드마크 푸르지오 시티’는 지하철 7호선 신중동역과 연결될 예정이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059 일대에 들어서는 단지로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로 구성됐다. 지난달부터 상가와 섹션오피스를 공급했는데 판매가 거의 완료됐다.
분양 관계자는 “상가는 최고 798 대 1, 평균 2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계약이 모두 완료됐고, 오피스 계약률은 90% 이상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상가는 분양되는 오피스와 기존 업무시설이 주변에 있다 보니 ‘주 7일 상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부지 자체도 20년이 넘게 대형마트가 있던 자리다 보니 유동인구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이 부지는 1996년 프랑스 할인점 까르푸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사들인 자리다. 이후 홈플러스가 됐다가 작년 폐관과 함께 부지가 매각됐다.
작년 말 한화건설이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예전 주안초교 부지를 개발한 ‘인천 미추홀 꿈에그린’에는 병원이 포함됐다. 단지는 아파트, 상가(아인애비뉴), 병원(서울여성병원)으로 구성됐다. 병원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상가 배후수요가 된다는 전망이다. 이 단지는 개발을 통해 인천지하철 2호선 시민공원역과 바로 연결될 예정이다. 상가인 아인애비뉴 지하 2층에는 대형 영화관이 들어서고 1~2층에는 대형서점, 프랜차이즈 카페, SPA 브랜드숍, 레스토랑, 스포츠 전문매장 등 다양한 쇼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 주변에는 미추홀뉴타운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배후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자투리땅 활용도 높아
노후된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분당에서도 이런 형태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주)신영의 자회사인 (주)대농이 상가, 오피스, 아파트가 결합된 단지인 ‘분당 지웰 푸르지오’를 공급할 예정이다. 분당구청 바로 옆으로 탄천을 끼고 있어 신도시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자리다. 당초에는 시유지 자리에 스포츠시설, 다목적실 등을 갖춘 펀스테이션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성남시가 운영자를 찾지 못해 부지 매각에 나섰고 이를 대농이 사들였다. 이 단지 역시 주 7일 상권이 가능할 전망이다. 단지 내에 오피스를 비롯해 분당구청, 세무서 등 관공서가 있고 주말에는 탄천을 즐기는 시민들의 수요가 있어서다. 아파트는 166가구로 전용면적 84~119㎡ 중대형으로 구성된다.
분당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작년 6월 가스공사 이전 부지에 ‘분당 더샵 파크리버’의 단지 구성에 업무시설을 포함시킨 바 있다. 단지는 아파트, 오피스텔,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671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평균 56.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된 1기 신도시의 경우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도 낡다 보니 새 오피스 수요가 있다”며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면 상가도 활성화될 수 있어 업무시설이 포함된 개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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