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제목만 보고 공상과학(SF)소설 아니냐는 편견을 갖는데요. 우주라는 소재에 천착하기보단 우주인이라는 꿈을 실천할 우연한 기회를 얻은 사람들의 도전과 경쟁을 통해 우리 사회도 ‘꿈을 좇는 생태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신작 장편소설 《중력》(다산책방)을 내놓은 소설가 권기태(사진)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력》은 2006년 첫 장편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지 13년 만에 내놓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이라는 기회를 맞이한 주인공 4명의 도전기를 담았다.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샐러리맨 식물연구원인 ‘이진우’는 우주인에 도전하지만 이내 역경에 부닥친다. 이진우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애쓸수록 현실의 수렁에 더 깊이 빠지지만 끝내 최종 선발 과정까지 다다른다.
권 작가는 “숲을 가로지르고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지만 이내 벼랑에 매달리고 수렁에 빠지는 등 고비와 위기를 넘은 영혼들이 과연 꿈의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썼다”며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보여주는 인생 이야기를 통해 영혼이 고양되는 느낌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실제 2006년 한국인 첫 우주인 선발 과정을 주된 배경으로 삼았다. 당시 그가 ‘우주인 공고’ 신문기사를 보고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을 찾아가면서부터 소설을 준비했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꼼꼼한 취재도 병행했다. 우주인 후보들과 함께 ‘별의 도시’로 불리는 러시아 즈뵤즈드니 고도로크까지 동행해 우주인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1주일 동안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무중력 항공기도 체험했다.
그는 “《중력》을 소설이 아닌 르포르타주로 쓸까도 고민했지만 소설은 발로 뛰면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걸 쓰는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13년 동안 소설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습은 우주인 후보에서 탈락한 어느 공군사관학교 교관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그 교관은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의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권 작가는 “오랜 시간 희미해졌다가 소설을 쓰면서 그 기억이 서서히 또렷해졌다”며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고 말했다.
작가가 생각하는 ‘중력’에 담은 의미는 뭘까. 권 작가는 “제목은 크게 우주에서 말하는 물리적 중력과 지금 살아가는 현실의 무게를 의미하는 일상의 중력이라는 두 의미를 담았다”며 “소설 뒤로 갈수록 중력은 꿈을 향한 긴 여로에서 오랫동안 한 발자국씩 움직이게 되는 인간의 ‘운명’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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