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효과·구축효과 잘 따지면 답이 나와요
예타면제, 재정 낭비 우려
정부는 최근 지역별로 23개 대규모 공공사업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없이 추진하기로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예타’ 없이 집행될 예산이 24조1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여기서 예타는 정부 재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미리 검증하는 제도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 사업을 예타 대상으로 삼는다. 정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에 결정된 예타 면제 사업의 대부분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예타를 면제하기로 한 사업 대부분이 이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평가하고 있다. ‘묻지마 예산집행’으로 재정이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지출에 대한 논란, 승수효과와 구축효과
재정 지출이 적재적소에 잘 이뤄지면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또 불황과 금융위기가 발생해 국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경우도 유효한 효과를 낸다. 경제학에서 국민총생산(Y)=C+I+G(폐쇄경제인 경우)에서 G는 ‘정부 지출’을 뜻한다. 단순히 식으로 살펴보면 정부 지출(G)의 상승은 국민총생산(Y)을 높여준다. 이를 ‘승수 효과’라고 한다. 정부 지출의 증가가 국민경제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하지만 경제는 정적이지 않다. 시장경제는 경제 주체 간 상호 작용으로 항상 변한다. 정부 지출이 단순히 늘면 국민총생산과 소득이 자동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승수 효과’를 반박하는 것이 바로 ‘구축 효과’다. 구축 효과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그만큼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에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면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해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세금 수입 범위에서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다행이다. 하지만 재원이 부족해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구축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즉, 이자율이 상승해 오히려 민간(기업·가계)의 투자·소비 활동을 위축시키게 되고 결국 총수요 감소를 낳을 수 있다.
정부 지출은 경제학자 사이에서 늘 논란거리가 된다. ‘정부 지출은 민간에 돌아갈 자금을 정부가 가져와 쓰기 때문에 정부 지출은 아무런 득이 없다’고 주장하는 통화주의 학파와 ‘정부는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단기적으로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켜 국민소득의 감소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케인스 학파의 주장이 대립한다. 물론 시대에 따라 통화주의 학파와 케인스 학파의 위상이 달라졌다.
정부 지출은 민간 부문을 위축시킬 수도
중요한 것은 정부 지출의 기본은 ‘세금’과 ‘국채’라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과 수입을 정부가 빼앗아 오는 것이 세금이다. 국채(빚)라는 것은 미래의 국민소득을 현재로 가져와 쓰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지출을 늘릴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경제주체들보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타 면제 결정에 따라 대규모 재정이 여러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이 낭비되지 않을지,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지 않을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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