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일본인 심리 깊게 파고든 '아베노믹스'

입력 2019-02-18 17:15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 줘 경제심리 바꿔
돌출행동 않는 처세술 임금안정에 기여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2012년 12월 말 출범한 제2차 아베 신조 정부가 이듬해 3월부터 ‘아베노믹스’란 경제정책을 한 지 만 6년이 됐다. 그 성과 및 한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현명할까.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의 심리 파악에 능란한 정치가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깊게 파고든 경제정책이었다. 핵심은 ‘대담한 금융완화’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디플레이션의 악영향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선언효과(announcement effect)’를 기대했다. 선언효과 또는 기대효과는 ‘경제정책이나 경제예측이 발표되면 그것이 경제 주체의 심리에 영향을 줘 실물경제가 변화하기 전에 각 주체의 행동이 변하는 효과’를 말한다.

거품경제 기간(1985~1990년) 중 5.3%였던 평균 경제(실질GDP) 성장률은 거품 붕괴 이후(1991~2012년) 0.9%로 주저앉았다(일본 내각부 자료). 이것이 ‘잃어버린 20년’의 실상이다. 아베노믹스 기간(2013~2018년)의 평균 성장률은 1.3%로, 잃어버린 20년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진 데 불과하지만 일본인들의 경제 심리는 눈에 띄게 바뀌었다.

‘권력이나 세력 있는 자를 따르라’는 처세술과 관련한 일본 속담이 있다. 강력한 정치 기반 위에서 시행된 아베노믹스는 일본인들의 처세술 심리와 부합했다. 대담한 금융완화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대폭적인 엔화 가치의 하락(엔저)을 가져왔다. 민주당 정권 말기인 2012년 12월 달러당 83.6엔(평균값) 하던 환율은 아베 자민당 재집권 2년이 지난 2014년 12월 119.3엔으로 42.7%나 상승했다(일본은행 자료). 급속한 엔저는 수출기업의 실적 회복이라는 일본 ‘제품의 외향(outbound) 효과’와 일본으로의 외국인 관광객 대량 유입이라는 ‘사람의 내향(inbound) 효과’로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

아웃바운드와 관련된 기업 실적 개선은 저출산 고령화와도 맞물리며 구인난을 가져왔으나 임금 수준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고액의 월급을 받아 한몫 챙기려 하기보다 안정된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상징하듯, 기업의 무분별한 인재 사냥이나 능력 있는 구직자의 높은 몸값 요구와 같은 돌출 행동은 자제됐다.

엔저로 인한 인바운드 효과는 매우 컸다.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836만 명에서 2018년 3119만 명으로 아베노믹스 기간에 3.7배 늘어났다(일본정부관광국 자료). 관광객의 2018년 소비액은 4조5000억엔 규모로 GDP의 0.8%에 이른다. 관광객 증가에는 일본의 풍부한 지역 문화도 한몫했다.

반면 외화 표시 소득 수준의 하락으로 일본인의 경제 활동을 국내에 묶어두는 ‘잠금효과’가 나타났다. 미국 달러 표시 1인당 명목GDP는 2018년 4만106달러(IMF 10월 추계)로 아베노믹스 시행 전인 2012년 4만8633달러에 비해 8527달러(17.5%) 줄어들었다(국민경제계산 자료).

한국이 아베노믹스를 따라 한다고 하더라도 정책 지속성이나 국민의 반응 심리가 달라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구인난과 그들이 축적한 지식, 기술, 자본을 활용하는 노선이 구직난 해소 및 경기 회복에 실익을 가져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급선무이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정책 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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