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잉여금 등 실탄 여의치 않아, 적자국채 추가 발행 가능성
"효과 못보고 나랏빚만 늘릴 수도"
[ 김일규 기자 ] 올 들어 최저임금발(發) ‘2차 고용쇼크’가 현실화되자 정부가 또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두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재정을 더 푸는 것밖에 달리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해마다 ‘일자리 추경’을 집행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추경 재원이 마땅치 않아 나랏빚만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3년 연속 ‘일자리 추경’ 하나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부·여당 내에서 추경을 조기 편성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간 목표치(취업자 15만 명 증가)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거세지면서 추경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은 공식적으론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추경 조기 편성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재정을 조기 집행해 민간 활력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1분기 재정 집행 진도를 점검하고 그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정부·여당 내 관측이다.
정부가 올해 또 추경을 편성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이다. 이번 정부는 일자리 상황 악화에 따라 2017년 11조원, 2018년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했다.
“효과 없이 빚만 늘릴 뿐” 지적도
일자리 추경의 효과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엔 일자리 분야에만 본예산(19조2000억원), 추경(3조9000억원), 일자리안정자금(3조원) 등으로 26조원가량을 쏟아부었지만 취업자가 9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연초 정부 목표치(32만 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경제학계의 실증분석 결과다.
올해는 추경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도 문제다. 정부는 2017년 국세 예상 증가분(8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조달했다. 지난해엔 주로 2017년 세계(歲計)잉여금(2조6000억원)으로 메웠다. 덕분에 두 해 모두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최근 3년과 같은 ‘초과 세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안팎의 전망이다. 기업 실적 악화, 부동산 거래 정체 등으로 법인세, 소득세 등이 예년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13조20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 등에 우선 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결국 나랏빚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 없이 재정 투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적자국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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