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0% "부서간 소통 늘어"
입소문에 타사 견학 줄이어
[ 이지현 기자 ]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23층에 있는 한국MSD 본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보안문을 통과하자 바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공간이 나왔다.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 ‘캔틴’이다. 한쪽에 준비된 바에서 커피와 차를 준비하는 직원도 눈에 띄었다. 한국MSD 관계자는 “고정좌석이 없기 때문에 내부 직원 및 외부 손님과 이야기를 할 때면 사옥 가운데 있는 캔틴을 활용한다”며 “모든 직원이 모여 듣는 강의도 이곳에서 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고 했다.
한국MSD 본사는 세계적으로도 잘 갖춰진 개방형 스마트 오피스로 꼽힌다. 직원들의 고정자리는 물론 사장실도 없다. 공간을 가르는 벽도 세우지 않았다. 아비 벤쇼산 한국MSD 대표는 지난해 9월 열린 오피스 구축 1년을 맞아 자신이 집무를 보던 사장실을 직원 회의실로 내줬다. 그도 다른 직원처럼 똑같이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 동안 근무할 자리를 맡아 노트북을 연결하고 일을 시작한다.
직원들은 업무 성향에 따라 다양한 좌석에서 근무할 수 있다. 커다란 모니터가 달린 일반 사무공간이 기본 좌석이다. 집중해야 일이 잘되는 직원들을 위해 칸막이가 있는 업무공간도 있다. 모니터를 올려 서서 일할 수 있는 공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숍과 같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곳도 꾸렸다. 직원들이 고정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사물함 정도다.
한국MSD는 2017년 서울 공덕동에서 이곳으로 본사를 옮겼다. 새 사옥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개방형 오피스로 설계했다. 설계 단계부터 직원들이 참여해 레이아웃을 짜고 공간을 디자인했다. 미래형 업무공간(WoF)으로 사옥이 바뀌면서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부서별 고정자리가 사라지면서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늘었다. 사옥 이전 후 직원 70%가 부서 간 협업과 소통이 늘었다고 답했다. 내근직 직원 만족도는 95%에 이른다.
좌석을 공유하면서 공간 효율은 높아졌다. 공덕동 사옥의 전용면적은 5만738㎡였지만 새 사옥은 4만2720㎡다. 면적이 16% 줄었지만 좌석당 면적은 19% 늘었다. 영업직 등 외부 업무가 많은 직원들의 고정 좌석이 줄면서 전체 좌석이 411개에서 291개로 29%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MSD의 공간 혁신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마트 오피스 구축에 관심 있는 제약사, 정보기술(IT)회사 등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아비 벤쇼산 대표(사진)는 “개방적 설계로 핵심가치 중 하나인 소통과 협력, 투명성을 업무 공간에 구현하고자 했다”며 “신사옥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물론 업무 효율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개방형 오피스는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 변화를 넘어 조직 문화를 바꾸는 힘이 있다”며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지난해 회사의 비즈니스에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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