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이 불 지른 '실검 마케팅'…네티즌 "여론조작과 뭐가 다르냐"

입력 2019-02-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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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쇼핑몰이 네이버 실검 1위?

"네이버로 검색하면 할인쿠폰"
위메프, 매시 정각마다 마케팅
쓱닷컴·임블리 등도 실검 장악

"포털이 특정기업 광고판 됐다"
네이버 '실검 마케팅' 제재 검토



[ 임현우 기자 ] 19일 오전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를 가장 오랫동안 지킨 검색어는 ‘위메프 반값특가’였다. 이날 0시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오전 3시께 1위에 올랐고, 이후 점심시간 즈음까지 단 1분도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뿐 아니라 올 들어 위메프 관련 단어가 네이버 실검 순위에 오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이런 현상은 위메프의 ‘기획된 마케팅’ 때문이다. 이 회사는 매시 정각 네이버 검색으로 유입된 이용자에게만 50% 할인쿠폰을 뿌리고 있다. 특가 상품에 혹한 소비자들이 네이버로 몰리면서 수시로 실검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위메프 측은 “한 달 전부터 네이버 검색과 연계한 ‘실검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며 “신규 회원 유입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 우리 쇼핑몰 검색하세요”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인가, 여론의 창(窓)을 사유화하는 ‘신종 어뷰징’인가. 인터넷 쇼핑몰이 네이버 실검 순위 점령만을 목표로 한 실검 마케팅을 잇따라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드루킹 사건처럼 매크로(조작 프로그램)를 쓴 게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론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도입된 실검 순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신세계 계열 쓱닷컴도 지난 18일 “네이버 검색창에 ‘블랙 쓱 데이즈’를 입력하면 특별 쿠폰을 준다”며 실검 마케팅에 가세했다. 이 검색어는 이날 실검 순위 1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0~20대 여성이 많이 찾는 패션 쇼핑몰 임블리도 작년 12월 같은 방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0만 명이 넘는 임블리 창업자 임지현 씨는 “임블리가 네이버 실검 1위를 달성하면 50% 할인 판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임블리는 30분 만에 실검 20위권에 진입했고, 1시간 뒤엔 2위를 찍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실검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매일 3000만 명 넘게 확인하는 네이버의 실검 순위가 특정 기업 ‘광고판’처럼 쓰이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실검 이어 뉴스 순위까지 ‘접수’

실검 마케팅이 네이버 이용자의 뉴스 소비까지 왜곡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인터넷 매체가 실검 순위에 맞춰 ‘함량 미달’의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탓이다.

최근 위메프가 실검 상위권에 오를 때면 경제·사회·정보기술(IT) 등 분야별 ‘많이 본 뉴스’ 순위에도 관련 기사가 다수 노출되고 있다. 《위메프 반값특가, 오늘은 1시간마다 쏜다…적용 대상은?》 《위메프 반값특가, 샤오미 공기청정기 9만9000원…구매 성공 팁은?》처럼 보기에도 민망한 제목이다. 이들 기사에는 “이게 어떻게 주요 뉴스냐” “짜증난다” 같은 항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특정 집단의 검색 독려→검색량 급증→실검 순위 장악→관련 뉴스 양산 식의 여론몰이 시도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치인·연예인 팬클럽이 주도한 ‘실검 장악 시도’에 이제는 사기업이 뛰어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브랜드 광고’ 상품을 이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도였다”며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실검 마케팅에 철퇴 내리나

네이버는 검색어 순위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개인정보, 명예훼손, 불법·음란 등의 소지가 있는 검색어만 걸러내고 있다. 그러나 유행처럼 퍼지는 노골적인 실검 마케팅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재를 검토하고 나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부 사례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해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무진 사이에도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로 발생한 결과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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