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금융권 '영국 대탈출'

입력 2019-02-19 17:09   수정 2019-05-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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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혼다 영국 공장 2021년 폐쇄
美 투자사, 바클레이즈 주식 처분
은행 5곳 런던 자산 독일로 이전



[ 정연일 기자 ]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이 잇따라 영국 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19일 영국 스윈던 지역에서 30년 이상 운영해온 공장을 2021년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치고 다카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는 유럽의 공급 차종을 늘려야 하지만 EU 역내에서 생산하는 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혼다는 스윈던 공장에서 주력 차종인 시빅을 생산했다.

스윈던 공장이 문을 닫으면 혼다는 더 이상 유럽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게 된다. 이 공장의 폐쇄로 35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노딜 브렉시트 위기가 커진 점이 혼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치고 CEO는 “브렉시트를 특별히 고려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닛산자동차도 새로 출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의 영국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재규어랜드로버와 포드는 영국 내에서 고용을 줄이기로 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자동차산업 투자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업계에선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해 일단 영국에서 자금을 빼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CNBC는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10대 주주 중 하나인 미국 투자회사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바클레이즈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5개 은행이 7500억유로(약 964조62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주요 투자사는 런던에서 운영 중인 유럽 본부를 독일이나 프랑스로 이전할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을 예측해 유명해진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은 최근 영국 은행 두 곳에 대한 매도포지션 설정을 통해 노딜에 ‘베팅’한다고 밝혀 주목됐다.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캐서린 베넷 에어버스 수석부사장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딜 브렉시트 발생 시 영국 내 에어버스 공장을 유럽으로 이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항공사 플라이비엠아이는 노딜 브렉시트 시 유럽 내 항공편 운항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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