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하루 만에…'정치 흥정거리' 된 탄력근로제

입력 2019-02-20 17:58  

현장에서

與, 양보없이 국회 정상화 압박
한국당, 대통령 사과 요구하며 원포인트 국회 개최도 거부

김우섭 정치부 기자



[ 김우섭 기자 ] “너무 낯뜨겁다. 국회가 한 게 뭐가 있냐.”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5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올 들어 본회의는커녕 법안심사 소위도 제대로 열지 못한 국회 상황을 참다못해 여야 원내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본인이 ‘정치 인생에서 이렇게 화낸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의 말대로 여야의 국회 정상화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매주 얼굴을 맞대고 조금의 입장차도 좁히지 못했다. 당장 법안 처리가 시급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국회로 넘어온 20일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현행 최대 3개월로 묶여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오히려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윤기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경사노위 합의에 대해 “몰아치기식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의 경제 노동 정책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게 드러났다”며 느닷없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조건을 달지 말고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의 시급성을 지렛대로 국회 보이콧 중인 한국당을 압박한 것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민을 위한 국회 정상화에 어떤 조건이나 이유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동안 산업계는 애만 태우고 있다. 당장 다음달 주 52시간 근로제 단속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선 산업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처럼 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합의한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다.

여야의 양보를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여당은 탄력근로제 통과라는 실리를 챙기면 되고 야당은 명분을 가져가면 된다”며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이해충돌 관련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 등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기 어렵다면 환노위에서 법안 심사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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