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조직문화 개선 시급"
[ 안대규 기자 ] 법무부와 검찰의 검사 수사관 등 여성 공무원 가운데 58%는 동료나 선·후배의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목격하고도 침묵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격자의 5%는 피해자에게 “그냥 참거나 잊으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법무부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부처 소속 여성 공무원 가운데 60.1%가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목격했다. 위원회가 법무부 소속 여성 공무원 7188명에 대해 작년 전수조사를 한 결과다. 피해를 목격하고도 “특별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57.7%(검찰 53.8%)에 달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했다”는 응답은 26.3%(검찰 29.7%)였다. “피해자에게 참거나 잊으라고 했다”는 응답은 5.1%(검찰 5.7%)였다. 목격자가 가해자의 행동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비율은 1.2%(검찰 0.8%)에 불과했다.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2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움을 줄 방법을 몰라서”(17.9%),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12.6%), “인사고과 불이익이 걱정돼서”(6.3%)가 뒤를 이었다.
한 여성 검사는 “검찰에서도 피해에 침묵해온 선배 여성검사들이 상대적으로 승승장구해왔다”며 “성범죄 피해를 적극 알리는 강직한 검사가 불이익을 받는 현재 인사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신고율이 높을수록 피해율이 낮아지는 성희롱·성범죄 특성상 법무부와 검찰의 예방 교육과 조직문화 개선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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