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자본시장 규제 완화"요청
[ 최만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21일 증권·자산운용회사 대표들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증권거래세 폐지 문제를 논의했다. 주식과 펀드, 채권 등 투자상품의 손익을 합산해 이익이 났을 때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 추진하기로 했다.
▶본지 2월14일자 A1, 4면 참조
비공개로 열린 이날 오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최운열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이 참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기동호 코리아에셋증권 사장, 박태진 JP모간 한국 대표, 조홍래 한국투신운용 사장,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등이 나왔다. 이 대표와 금융투자업계 인사의 만남은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오찬 후 참석자들은 증권거래세 폐지 등 세제 개편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 달 전에는 거래세 폐지와 자본시장 투자상품의 과세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오늘은 여당 측에서 구체적인 방안들을 먼저 가져와 업계에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예상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오찬에서 최 위원장은 “주식 매매 시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는 단계적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며 “과거 난색을 보이던 기획재정부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별로 나눠 과세하는 방식을 바꿔 투자자 1인의 손익을 한데 모아 과세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상품을 최종 합산해 손실을 보더라도 여러 개의 펀드 중 한 개 펀드라도 이익을 보면 배당소득세를 문다. 권 회장은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펀드 투자로 손실을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투자은행(IB), 자산운용업 등도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산운용업계의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물 들어올 때 노젓기’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는 곧바로 이날 오후 4시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100여 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모인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유동수, 김병욱, 최운열 민주당 의원과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등도 참석했다.
이달 말 자산운용업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로드맵인 ‘자산운용업 산업 비전 2030 수립’ 발표를 앞두고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서다. 비전 2030에는 △불필요한 규제 완화 △투자상품 과세방식 일원화 △펀드 판매사-운용사-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방안 △역외펀드 등록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성장하려면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줄여야 한다”며 “룩셈부르크 등 금융선진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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