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업만 한다"는 통념 깨고
'혁신성장' 과감히 뛰어들어
올 2만5000명 이상 채용 계획
[ 서민준 기자 ]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기업도 바뀌고 있다. 공기업은 기존에 하던 안전한 사업만 고수한다는 통념을 깨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은 약 3만4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빅데이터, AI, 자율차 등 신산업 적극 진출
정부는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달부터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7일 주요 신청 과제 19건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두 건이나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이다. 한전은 ‘전력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유센터 사업’과 ‘에너지 분야 통신중개·판매 사업’을 하고 싶다며 규제 면제를 요청했다. 한전이 혁신성장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공항공사는 AI 기술을 적용한 ‘X-레이 보안검색 자동판독 솔루션’을 지난해 12월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약 1년간의 기술 개발 결과물이다. 이 기술은 승객의 수하물 검색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적용해 항공기 내 반입 금지 물품을 자동으로 검출해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율주행차 개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 화성에 조성한 ‘케이시티(K-CITY)’가 대표적이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실험해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32만㎡ 크기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실험 도시인 미국 엠시티(M-City)보다 세 배 정도 넓다.
한국중부발전이 지난해 11월 개설한 ‘메이커스페이스’도 주목받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창업에 필요한 도구와 장비를 갖춘 창작 공간이다. 정부 일자리 로드맵의 혁신형 창업 분야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중부발전은 이번에 만든 일곱 개의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해 앞으로 5년간 350개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작년 공공기관 신규 채용 역대 최대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 시장엔 매서운 한파가 닥쳤다. 실업률은 3.8%로 2001년(4.0%) 후 17년 만의 최악이었다. 취업자 증가 수(9만7000만 명)는 전년(31만60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기업들은 고용 한파를 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신규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은 총 3만3685명을 채용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고용 실적을 합친 숫자다.
이는 2017년 2만2554명보다 49.4% 많은 규모다. 당초 목표치 2만8000명을 5000명 이상 초과 달성한 것이기도 하다. 작년 상반기에 고용 부진이 심해지자 공기업들이 “취업난 완화에 마중물을 대자”며 채용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들은 올해도 2만5000명 이상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철도공사(1900명), 한국전력공사(1500명), 충남대병원(1400명) 등이 일자리 확대에 앞장선다.
공기업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기업은행과 함께 1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에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LH 희망상가는 공공임대주택 개념을 상가에 적용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복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수돗물 안심확인제가 대표적이다. 수질 전문가인 ‘워터코디’를 가정에 보내 수돗물의 수질을 검사하고 문제를 해결해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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