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 의류 시장 뛰어든 부산의 형제 기업인

입력 2019-02-21 18:54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김낙훈 기자 ] 언젠가부터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은 주로 외국 브랜드 옷을 입는다. 이들이 뛸 때마다 외국 브랜드가 노출된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스포츠용 의류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국산 토종 브랜드 옷을 입히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형제가 있다. 부산 광안리에서 창업한 임성건 업튼 대표(47)와 임성빈 모와비 대표(44)다. 만능 스포츠맨인 이들은 외국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다가 ‘한국 스포츠의류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사업 내용과 포부를 살펴본다.


배드민턴 단체복 하루 만에 '원스톱' 생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입히는 게 꿈이죠"

임성건 업튼 대표

배드민턴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학교체육관이 개방되면서 장소 문제도 해결됐다. 동네마다 동호회가 생기고 있다. 이들은 단체별로 개성있는 운동복을 입는다. 로고는 물론 디자인과 컬러도 팀별로 다르다.

부산 광안리에 있는 업튼(UPTON)은 실내 스포츠용 의류 및 용품 전문업체다. 주제품은 배드민턴 의류다. 셔틀콕과 라켓 가방 모자 등 용품도 공급한다. 배드민턴 단체복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 창업한 지 4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임성건 업튼 대표는 기자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주문과 관련된 전화를 받았다. 문의가 이어지는 것은 몇 가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맞춤형 제품 생산이다. 나만의 디자인과 컬러, 로고를 넣은 제품을 만든다. 이를 위해 디자인실은 물론 날염·재단·봉제 공정을 직접 운영한다. 원스톱 생산시스템이다. 이를 동생이 운영하는 모와비와 공동으로 활용한다. 임 대표는 “동생의 회사까지 합치면 전체 인력이 60여 명에 이르는데 이런 정도의 규모를 보유한 봉제 업체를 부산에서 찾긴 힘들다”고 말했다.

둘째, 신속대응시스템(quick response system)이다. 오늘 오전에 주문하면 내일 받아볼 수 있다. 임 대표는 “서울의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이 우리 회사를 찾아 디자인과 컬러 로고를 의논한 뒤 해운대를 구경하고 저녁에 상경하면 그 다음날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 적은 수량도 소화하는 서비스정신이다. 임 대표는 “10벌 이상이면 주문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계 스포츠의류 업체에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회사는 대리점을 10여 곳, 취급점(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점포)을 120여 곳 두고 있다. 대리점은 주로 부산 경남 전남 등 남부지방, 취급점은 서울 경기를 비롯한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다. 당초 임 대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외국 유명 스포츠의류 브랜드 대리점을 해왔다. 초등학교 때 100m 달리기를 13초 이내에 끊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고 축구 농구도 좋아하는 만능스포츠맨이어서 이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었다. 각종 운동경기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외국산 제품을 입고 이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언제까지 외국제품 판매에만 열중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언젠가 이들에게 국산 브랜드 옷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업튼은 맞춤복 신속 제작으로 배드민턴 동호회 사이에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 대리점은 모두 커피점을 겸하게 설계돼 있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외국산 유명 브랜드 제품과 디자인과 컬러 소재의 차이를 충분히 따져본 뒤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임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총판 1곳을 개설했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에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래시가드 재고 없을 땐 현장서 바로 제조
철인 3종경기용 의류 등 신제품 개발 나서

임성빈 모와비 대표

임성빈 모와비(MOWAVE) 대표의 취미는 수영이다. 한때 무릎을 다쳐 재활로 수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다에서 10㎞를 헤엄칠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수영강사도 지냈다.

그는 2001년부터 외국 유명브랜드의 수영복 취급점을 하면서 스포츠용품도 수입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수입을 중단했다. 타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면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었다. 아예 자체브랜드로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하고 2008년 부산에 공장을 세웠다. 임 대표는 “당시 부산엔 디자인·승화전사(昇華傳寫: 베이스 필름에 뿌린 고체 잉크층을 가열해 이미지를 복사하는 기술)·날염·봉제·판매까지 전체 의류 공정을 모두 갖춘 회사가 없었다”며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주문에 신속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일관작업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광안리에 있는 봉제공장에 들어서면 젊은 직원들이 미싱작업을 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래시가드 수영복과 낚시복 축구복 야구복 등을 제조한다. 인력난이 심각한 봉제공장에 젊은 직원이 많은 이유는 주로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인 중 봉제기술을 지닌 사람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직원이 약 20명에 달한다. 그 옆 사무실에선 컴퓨터와 전화로 주문을 처리한다. 재고가 없는 제품은 현장에서 제조해 즉각 발송한다.

이 회사의 거래처는 다양하다. 임 대표는 “최근 들어 각종 스포츠동호회와 단체가 크게 늘고 있다”며 “수영동호회의 경우 모자만 맞춰서 쓰던 것을 수영복도 팀에 맞게 디자인해 입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케 한 기업 중 하나가 모와비다. 낚시복이나 축구복 야구복도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생산해 납품한다. 해군과 해양경찰 및 소방서에도 공급한다.

임 대표는 “제품 생산에선 최적의 소재를 사용해 수요자 체형에 맞는 제품을 제조하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직접 입어보고 소재를 선택한다. 기능성 섬유원단에 강점이 있는 벤텍스와 포괄적 업무협약도 맺었다.

래시가드 제품도 생산한다. 임 대표는 “물속에서 움직여도 불편하지 않고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아주는 데다 자외선도 차단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용 언더레이어(underlayer)도 생산해 국내 프로 야구단 몇 곳에 납품하고 있다. 언더레이어는 근육 보호는 물론 땀을 빨리 마르게 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제품은 온라인으로 판다. 자사몰은 물론 오픈마켓 종합쇼핑몰 등을 통해 팔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 현지법인 모와비재팬이 있어 일본 라쿠텐이나 아마존을 통해서도 판매한다. 임 대표는 “가장 까다로운 물성을 요구하는 철인 3종경기용 의류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세계적인 워터스포츠용 의류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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