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유연성 높이고 정년 폐지하는 방안 논의할 때 됐다

입력 2019-02-22 17:38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동연한)를 65세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급속한 고령화 시대의 불가피한 판례 변경이었을 것이다. ‘60세 판결’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고, 그 사이 평균수명도 남녀 모두 10년 이상 늘어난 점을 판결에 반영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부모 공양 문화가 많이 퇴색해 경제활동 연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센 게 현실이다.

‘고령화 쓰나미’가 눈앞 현실임을 상기시킨 이번 판결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부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고령자 고용법’상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작년부터 줄고 있던 차에 나온 판결이어서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경로우대 등 여러 복지 규정의 연쇄적인 손질도 당면과제로 부상했다. 정년 연장은 복지 수급 개시시기를 늦추고, 이는 노인 빈곤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곳은 산업계다. 자동차보험업계에 연 1250억원의 보험금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건 시작일 뿐이다. 정년 조정이 가시화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불어나게 된다. 이는 신규 채용 감축으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산업 특성과 작업환경 차이를 무시하는 획일적 노동시장 구조를 유연화하지 않고는 이런 악순환을 차단하기 힘들다. 선택근로·재량근로제와 파견 확대 같은 고용유연성 제고가 절실해졌다.

고용 유연화와 함께 정년 폐지 논의도 진지하게 시작할 시점이다.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한데도 퇴직을 강제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인적자원의 낭비다. 엄연한 개인의 능력 차이를 무시한 무차별적 접근은 지식축적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극한의 신체능력이 요구되는 스포츠 세계에서조차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박용택(LG 트윈스) 등 40대 스타들이 즐비한 시대에 나이는 절대기준이 될 수 없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오래전에 정년을 폐지한 배경이다. 초고령 사회를 독(毒)이 아닌 득(得)으로 맞이하기 위한 고용유연화 등 근본적 제도 혁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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