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란] '3분카레' 독보적 점유율에 도전한 '카레여왕'의 품격

입력 2019-02-23 07:00   수정 2019-07-03 13:52

'카레여왕' 카레 시장 2위 점유율 최초 20% 돌파
밀가루 대신 우리쌀 사용…고급 육수로 프리미엄 전략
제품 라인업 다변화로 소비자 니즈 충족





국내 카레 시장에서 오뚜기 '3분카레'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3분카레'는 1969년 오뚜기 창립과 함께 탄생한 제품으로 무려 50년 동안 한국인의 카레 입맛을 담당했다. 오뚜기 역사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이 제품은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누구도 깨지 못했던 카레 시장 2위 점유율인 마의 20% 벽을 깬 카레가 있다. 바로 대상 청정원 '카레여왕'이다.

'카레여왕'에 앞서 '3분카레'의 아성에 도전했던 CJ제일제당 '인델리'는 제품 출시 초반 주목받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 출시 4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때문에 '카레여왕'의 선전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카레여왕'은 2010년 첫 출시를 시작으로 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출시 1년 만에 누적판매 300만개를 돌파했으며 2012년에는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카레여왕'은 2015년 점유율 20.4%를 기록하며 점유율 20%를 돌파했고 2016년 18.2%, 2017년 17.8%, 2018년 18.2%로 오뚜기의 독주 속에서도 20% 가까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성장률은 더 고무적이다. '카레여왕'은 매년 평균 25%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전체 분말 카레 시장이 지난 10년간 3.9%의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식품업계에서는 어떤 제품에 충성 고객층이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는 정설이 있다. 소비자들이 익숙함을 찾아 먹던 것만 먹는다는 설명이다. '카레여왕'은 이같은 정설을 깨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 조리과정 불편함 제거한 '스노우 과립'

'카레여왕'을 만든 대상은 '3분카레'와 전혀 다른 전략을 펼쳐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오뚜기가 오랜 브랜드 정통성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카레를 선보인데 반해 대상은 우리쌀, 퐁드보 육수(구운 소고기 뼈에 볶은 야채와 마늘·양파·허브 등을 넣고 우려낸 정통 프랑스식 갈색 육수)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기존 카레의 단점을 개선한 '스노우 과립' 타입의 카레로 편의성을 높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인 분말 카레는 끓는 물에서 잘 녹지 않아 조리도구로 계속 저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카레여왕은 EMT(easy melting technology) 공법으로 특허를 출원해 '스노우 과립' 타입 분말을 만들었다. 끓는 물에 분말을 넣으면 바로 풀어지기 때문에 계속 저어주지 않아도 된다.

◆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소비자 니즈 공략

기존에 없던 제품들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한 점도 성공 요인이다. 노란 카레에 매운 정도로만 맛을 구분했던 기존 카레와는 달리 '해물', '구운마늘·양파', '망고·바나나', '토마토·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로 라인업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각각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맞춤 제작) 할 수 있는 별첨 파우더를 만든 것도 '카레 여왕'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했다.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별첨한 '매운맛 스파이스'가 대표적이며 최근 '부드러운 버터맛', '애플·허니'까지 제작해 취향을 다양하게 고려했다는 것이다. 대상 관계자는 "별첨 파우더는 아이들에게 카레를 먹이기 꺼려했던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귀뜸했다.

◆ 카레 모델은 전부 아줌마? NO! 세련된 여성!



마케팅 효과도 '카레여왕'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대상은 2014년 배우 김성령을 모델로 기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다. 기존 카레 광고에 노출됐던 여성상은 주부이거나 엄마의 모습에 국한됐다. 반면 대상은 광고를 통해 '여왕의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카레여왕'의 이미지를 고품격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매출도 탄력을 받아 월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는 등 톡톡한 효과를 봤다. 현재까지도 김성령은 '카레여왕' 공식 모델이다.

광고 마케팅 전문가는 "배우 김성령의 세련된 이미지가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젊은 층부터 40~50대 이상 중년층까지 호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대상 관계자는 "분말 카레 시장 자체는 다소 정체됐지만 간편식(HMR)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더 편의성과 차별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도와 태국의 정통 커리를 더 다양하게 소개하고 액상 형태의 제품 출시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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