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미술품 세계 최고가 나올까…고려 청자·조선 백자 등 뉴욕 경매

입력 2019-02-24 17:17  

크리스티, 다음달 19일 14점 출품…高價 4점 서울서 공개


[ 김경갑 기자 ] 소박하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가는 생김새가 옛 우리 도자기의 매력이다. 조선시대 도자기 ‘철화백자용문항아리’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842만달러(약 94억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조선 숙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용문청화백자’도 2012년 뉴욕 경매에서 321만8500달러(약 36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4월에는 조선시대 도자기 ‘분청사기 편호’가 추정가 20배를 웃도는 313만달러(약 35억원)에 팔려 분청으로는 최고가 작품이 됐다.

최근 뉴욕 미술시장이 한국 고미술품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올해도 뉴욕 록펠러센터 본사에서 한국 고미술품을 대거 경매에 부친다. 24일 크리스티코리아에 따르면 뉴욕 크리스티는 다음달 19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미술(Japanese & Korean Art)’ 경매에서 해외 개인 소장자들이 내놓은 조선시대 백자, 고려시대 청자 등 한국 고미술품 14점을 경매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고미술 작품 최고가 기록이 경신될지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앞서 크리스티코리아는 26~28일 ‘청자 흑백상감 운학문 매병’을 비롯해 ‘분청사기 청사기 박지모란문 편병’ ‘백자 청화 산수 매화문 사각병’ 등 네 점을 서울 삼청동 전시장에서 미리 공개한다.

경매 하이라이트 작품은 12세기 고려시대 도자의 예술성과 기술력을 두루 갖춘 ‘청자 흑백상감 운학문 매병’이다. 추정가 30만~40만달러에 출품된 이 작품은 유려한 곡선에 비취빛을 가득 머금은 고려청자 형태를 띠고 있다. 크리스티코리아 측은 “장수를 의미하는 두루미가 구름 사이를 날고 있는 장식은 귀하고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매병과 크기와 형태가 비슷한 도자기를 두 점 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세기 경기 분원리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병(酒甁) 형태의 ‘백자 청화산수 매화문 사각병’도 나온다. 부드러운 평면과 직사각형의 형태, 백자의 우아한 광채가 조화를 이룬 게 특징이다. 당시 제작된 많은 술병 도자기가 특정 소재 하나를 집중적으로 부각한 데 비해 이 도자기에는 대나무, 매화를 함께 그려 넣어 눈길을 끈다. 추정가는 12만~15만달러로 매겨졌다.

조선시대 초기 도자예술의 흐름을 단번에 보여주는 ‘분청사기 청사기 박지모란문 편병’, 유선형의 사각 형태에서 부드러운 은빛 광채를 내뿜는 19세기 ‘백자 사각 이동궁명호’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일부 외국인 소장자는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한국의 고미술품을 창고 한편에 쌓아놓아 사장시키곤 한다”며 “경매에 내놓도록 이들을 설득해 뉴욕 미술 시장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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