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의 돈 되는 부동산法] '갭투자자'와 전세계약을 할 때 유의점

입력 2019-02-25 09:23   수정 2019-07-10 08:32

주택 가격 급등의 후폭풍격 소송 급증…‘갭투자’를 둘러싼 갈등도 발발

역전세난, 깡통전세, 입주대란 최근 부동산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불과 몇 개월 전 집값 급등이 무색하게 양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선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이상급등 현상에서 빚어진 후폭풍격 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이다. 한 발 늦게 사회현상의 부작용이 발발되는 곳이 법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부동산 투자 카페를 중심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바로 ‘갭투자’다. 갭투자란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매매하여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인데 여기에도 분쟁의 소지가 많다.

예를 들어 갭투자 과정에서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받은 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식이지만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매도인의 변심으로 전세계약이 깨진 경우 그 책임을 누가질 것인가의 문제

예컨대 처음부터 갭투자를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를 팔 사람과 이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올 세입자를 같이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매수인 A씨가 10억 원의 아파트 매매계약과 7억 원의 전세계약을 같이 진행하게 됐다고 해보자.

그런데 며칠 사이에 매수인 A씨가 사려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경우 집주인으로선 위약금을 물더라도 그 위약금을 상회하고도 남는 시세로 새로운 매수인과 다시 계약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집주인이 A씨에게 받은 계약금에다가 위약금으로 계약금액 만큼, 즉 계약금의 2배를 A씨에게 반환하며 계약을 해제한다고 하는 경우가 가장 전형적이다.

사실 계약금만 오간 상태에서는 해약금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주인의 행동엔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A씨의 상황은 다르다.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A씨가 곧바로 전세세입자 B씨에게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리더라도 이번엔 임차인 B씨가 A씨와 계약서상 명시되어 있는 위약금 규정을 근거로 계약금 상당(7000만 원)을 돌려달라며 위약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법리상 집주인 아닌 사람도 임대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전세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누구한테 책임이 있는 것인지, 특히 A씨가 고의 과실 없이 집주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매매계약의 해제를 당하는 바람에 연쇄적으로 B씨와의 전세계약까지 이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A씨가 B씨에게 계약 당시 약정한 위약금 책임을 여전히 지는지가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3자간 계약 추진

일반적으로 보면 매수인 A씨가 B씨와의 전세계약 내용대로 B씨에게 아파트를 인도해줄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B씨가 처음부터 A씨가 매수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고, 집주인과 A씨와의 매매계약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전세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그러한 B씨의 의사가 전세계약서상 특약 등의 형태로 명시되어 있다면 더욱 좋다)라면 소송의 승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소송의 승패를 떠나 이런 사례에서 만약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법률전문가 혹은 부동산중개업자의 제대로 된 조언이 있었다면 소송까지 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 때가 많다. 예컨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임대인을 집주인으로 하여 집주인과 전세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되 매수인으로 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되면 임대인을 집주인에서 매수인으로 바꾸기로 하는 방식(임대인 지위의 양도)으로 3자간 계약을 진행하였더라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 중에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지 못한 매수인과 전세세입자의 계약을 추진하는 경우도 왕왕 있고 그게 법적으로 가능한 지 등을 묻는 인터넷 게시글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계약은 (법적으로 가능하긴 하나) 그 자체로 매우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전의 매수인이나 전세세입자 양 측이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으로부터 임대 권한을 받았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

일단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부동산의 소유권을 결국 가져오지 못해 임대차계약상 부동산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계약 당사자로서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세입자를 시급히 찾을 필요가 있어 불가피하게 이런 형태의 계약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집주인으로부터 임대에 관한 특별한 권한을 수여받았음을 특약 등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다.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의 동시 진행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그러한 문구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 측의 귀책사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라도 매도인에게 그 손해를 묻기 위해 필요한 요건인 ‘매도인이 알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손해’임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차인이라면 임대차계약 전, 계약 상대방이 현재 대상 부동산의 등기부 등본(주소만 알면 인터넷 등기소 등에서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상 명의인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혹시 계약 상대방이 명의인이 아니거나 명의인의 대리인임을 자처하고 있는 경우, 혹은 집주인과 매매계약을 진행 중인 매수인에 불과한 경우 추후 임대차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하여 계약 체결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정혜진 <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변호사 >

△ 고려대 교육학과
△ 전 동아일보 기자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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