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맞수’라고 불리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차량공유 서비스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차량을 소유하기보다 이용하는 쪽으로 바뀐 소비자 인식과 우버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으로 풀이된다.
25일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모회사인 다임러의 디터 체체 최고경영자(CEO)는 하랄트 크루거 BMW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를 공동 투자하고 차량공유와 카풀(승차공유) 주차 충전 운송 등 5가지 분야에서 협력한다. 이들은 “우리가 선보일 차량공유 서비스는 빠른 시일 내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츠와 BMW가 머리를 맞댄 이유는 정보통신(IT) 기업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기업 우버는 ‘공유경제’ 시장을 이끄는 대표 주자다. 구글 웨이모는 미국 주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자율주행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포드사는 2015년 카셰어링 서비스 ‘고드라이브’를 출시했다. 일본 도요타도 그랩(10억달러)과 우버(5억달러)에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2016년 자체 차량공유 업체 메이븐을 설립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이 같은 시도는 ‘위기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차량이 잘 팔리지 않는 성장 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 한 해 세계 차 판매가 0.1% 증가한 9249만 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 봤다.
반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공유차 시장은 매년 30%씩 불어나 2030년에 그 규모가 14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은 차량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며 “판매 절벽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완성차 업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순수 전기차 등장에 따른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기술 장벽 붕괴,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등도 위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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