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본뜬 유료 동영상 이르면 4월 서비스 시작
한달 10弗 유료 뉴스 내달 선봬
[ 송형석 기자 ]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온 애플의 행보가 수상하다. 일단 ‘장수’들을 바꾸고 있다. 핵심 아이템인 ‘아이폰’에 관여했던 인사를 대거 물갈이했다. 사업 모델에도 변화가 눈에 띈다. 넷플릭스를 본뜬 동영상 서비스와 무제한 뉴스 구독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판단하에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 사업 모델 베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이폰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와 관련된 사업을 이끌었던 빌 스테이서 부사장이 최근 사임했다. 2012년 애플에 영입돼 AI 개인비서 시장을 만들어낸 주역이서 업계의 충격이 상당하다.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란 점 때문에 유명해진 앤젤라 아렌츠 소매담당 수석부사장도 오는 4월 회사를 떠난다.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급감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다. 직원들의 재배치 작업도 활발하다. 별다른 성과가 없는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200명을 감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의 핵심은 ‘구독형 서비스’다. 넷플릭스와 흡사한 유료 동영상 서비스가 눈에 띈다. WSJ는 “애플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할 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약 1조1250억원) 이상 투자했으며 4~5월 중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료 뉴스 역시 애플이 노리는 영역 중 하나다. 한 달 구독료가 10달러(약 1만1250원)인 뉴스 구독 서비스를 내달 25일 선보인다. 모바일 최적화 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언론사와 계약해 이들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게 애플의 전략이다. 14달러99센트를 받는 뉴욕타임스(NYT)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다양한 뉴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연말엔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한다. 신용카드엔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Apple Pay) 브랜드가 붙는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애플 페이의 플라스틱 카드 버전이다. 비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마스터카드 결제망을 이용한다.
주 타깃은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들이다. 아이폰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이들이 손쉽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비자가 스스로 소비 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직접적인 유인책도 내걸 계획이다. 구매액의 2%를 ‘캐시백’으로 되돌려줄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2014년 가을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를 선보였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애플 페이용 지원 단말기가 도입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서비스 확산에 차질을 빚었다.
“스마트폰 시대의 종언”
애플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배경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883억달러)보다 40억달러 감소한 843억달러에 그쳤다.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수요가 급감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다. 최근엔 아이폰 판매량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WSJ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량 발표를 멈춘 것은 스마트폰 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당연한 행보”란 견해와 “무리한 레드오션 진입”이란 견해가 팽팽하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미 서비스 시장에 안착한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동영상 시장 최강자인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등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애플의 ‘믿을 구석’은 충성도가 높은 유료 회원들이다. 유료 서비스 회원을 늘린 뒤 이들이 동영상, 뉴스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WSJ는 “애플이 현재 3억6000만 명인 유료 회원 수를 2020년까지 5억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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