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찬 기자 ] 봄날을 맞이한 것 같았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이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오는 10월 24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 LPGA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의 공동주관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다. 애써 찾은 화합 분위기가 사라질 것이 유력하다. KLPGA투어는 공동주관이 무산되면 같은 기간 국내 대회를 신설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골프업계는 LPGA투어와 KLPGA투어 사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당분간 팽팽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LPGA투어에 정통한 소식통은 2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력했던 KLPGA투어와 LPGA투어의 BMW레이디스챔피언십 공동주관이 거의 무산된 상태”라며 “현재로선 공동주관 가능성이 10%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LPGA투어 고위 관계자도 “공동주관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협의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공동주관이 무산되면) 어떻게든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열리는) 같은 기간 국내 대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두 투어를 둘러싼 차가운 공기는 LPGA투어를 17년간 후원해온 하나은행이 LPGA와 결별하고 KLPGA투어 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감지됐다.
LPGA투어는 유럽이나 호주, 일본 등에서 해당 지역 국가 투어와 공동주관해 대회를 연다. 한국에선 17년 동안 정규대회를 단독주관으로 열어왔고 KLPGA투어 선수 출전은 12명으로 제한해왔다. KLPGA투어 측은 꾸준히 LPGA투어에 공문을 보내 출전 선수를 30명으로 확대하고 공동주관으로 대회를 열 것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LPGA투어는 LPGA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사라진다며 거절해왔다. 이에 KLPGA투어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올시즌부터 KLPGA 정규투어와 같은 기간에 열리는 해외 투어 출전을 최대 3회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KLPGA 메이저대회가 해외 투어와 같은 기간에 열리면 KLPGA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개 대회 출장 정지, 1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벌칙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두 투어가 날을 세운 상황에서 이달 초에는 LPGA투어가 한 발 양보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공동주관으로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LPGA투어는 회원이 30명 이상 출전해야 정규대회로 인정하는 규정에 따라 30명 이상의 출전 쿼터를 LPGA투어에 요구했다. 30명 이상이 출전해야 투어의 공식 상금으로 인정되고 공동주관으로 열 수 있어서다. 또 앞서 ‘해외 투어 출전 제한’을 발표한 직후라 공동주관은 KLPGA투어로선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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