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미국의소리(VOA) 등은 26일(현지시간) 북한 여행을 갔다가 17개월 동안 억류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내용을 전하며 북한 인권에 우려를 나타냈다.
웜비어는 2016년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미국에 송환된 직후 사망했다. 웜비어는 김정은의 사진이 인쇄된 신문으로 구두를 쌌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법은 그가 혹독한 고문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정부가 그의 가족에게 5억113만달러(약 5643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북한인권보고서와 2014년 유엔 인권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주민 수십만 명이 희생됐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엔 지금도 8만~12만 명이 수감돼 있으며 공개 총살과 강제 낙태 등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된다. 정치범에 대한 연좌제를 시행해 어린이들까지 수용소로 보내진다. 유엔은 김정은을 인권 범죄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후 북한의 인권 유린 중단을 촉구하며 군사적 옵션까지 언급했다.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서도 “어떤 정권도 북한의 독재보다 더 완전하고 잔인하게 자국 시민을 탄압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선 북한 인권 문제가 가장 후순위로 밀려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프랜시스코 벤코즈미 국제앰네스티 아시아매니저는 “백악관이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발언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북한이 인권 문제를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18일 외교이사회에서 ‘2019년 유엔 인권 관련 활동에서 EU의 우선순위’ 결정문을 채택하고, 북한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고문, 강제실종, 법에 근거하지 않은 살인 등 인권 침해에 대해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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