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관섭 대표 "기업가치 제고 방안"
[ 안재광,안효주 기자 ] 일본 미니스톱이 한국 미니스톱의 2대 주주인 대상의 보유 지분(2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분 인수가 이뤄지면 대상은 22년 만에 한국 미니스톱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일본 미니스톱은 최근 한국 미니스톱 매각 계획을 접고,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지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5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인 한국 미니스톱은 국내 편의점업계의 유일한 외국인 투자회사다.
대상, 잔여 지분 매각 의사
심관섭 한국 미니스톱 대표(사진)는 27일 기자와 만나 “일본 미니스톱이 한국 미니스톱의 2, 3대 주주인 대상과 일본 미쓰비시(3.94%)로부터 지분 매입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미니스톱은 1997년 식품업체 대상이 설립한 ‘대상유통’이 모태다. 일본 미니스톱 브랜드로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대상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사업이 어려워지자 2003년 6월 일본 미니스톱에 지분 55%를 넘겼다. 이후 15년간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해왔다.
심 대표는 “대상 측도 잔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며 “일본 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이온그룹이 한국 내 다른 기업과 지분 제휴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미니스톱의 한국 미니스톱 지분 매각도 이런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는 의미다.
이온그룹은 노무라증권을 한국 미니스톱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작년 11월 입찰 제안서를 받았다. 롯데쇼핑, 이마트, 사모펀드 글랜우드 등 세 곳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한국 미니스톱은 지난달 돌연 ‘지분 매각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심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인수자 측에서 미니스톱 간판을 내리고 독자적으로 편의점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롯데는 자신들이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으로, 이마트는 이마트24로 미니스톱 매장을 바꾸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다.
“미니스톱이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편의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미니스톱 간판을 내리는 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기대보다 낮았던 가격도 매각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심 대표는 “롯데와 이마트에서 제시한 지분(100%) 매입가 4000억원 안팎은 일본 미니스톱 측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출점 경쟁 없이 점주 수익 확대 주력”
독자 생존을 선언한 한국 미니스톱은 당분간 ‘점주 수익 확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심 대표는 “CU, GS25 등 업계 선두권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지만 미니스톱은 출점 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가맹 사업의 본질인 점주 수익 극대화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미니스톱의 핵심 정책인 △일정 규모(90㎡) 이상 매장 운영 △소프트 아이스크림, 어묵 등 즉석식품 현장 조리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한 쉬운 폐점 등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어설 정도로 많아진 상황은 점주에게 좋을 게 없다”며 “출점 경쟁에만 몰두한 편의점 본사들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이뤄진 출점 경쟁은 편의점 점주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점주의 최저 수입 보장을 핵심으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한국 미니스톱은 5년의 계약 기간 동안 점주들의 최저 수입을 보장해 주고 있다. 심 대표는 “최저 수입 보장이 적용되는 매장이 실제로는 많지 않다”며 “부진한 점포는 꾸준히 정리하거나 이전해 주고, 최대한 점주들을 밀착 관리해 본사와 점주의 수익을 함께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재광/안효주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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