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김혁철 등과 지도부 회의
北 노동신문, 이례적 공개
[ 김채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 방문 이틀째인 27일 외부 행보 없이 두문불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담판 준비에만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이날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은이 이날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공장이나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을 방문하리란 관측도 나왔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현지 외부 행보는 전날 인근 북한대사관을 50여 분간 방문한 게 전부다. 베트남 정부 측과도 접촉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호텔에서 실무대표단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양측이 교착 국면을 거쳐 어렵게 다시 만난 만큼 이번 회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이번 회담의 성패가 결정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은 하노이 현지에서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북측이 지도부 회의 모습을 공개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날 사진 공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담판에서 주도권을 놓치 않겠다는 김정은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보고에는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참석했다. 김혁철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최대 실세로 떠올랐다. 김혁철은 지난 20일부터 하노이에서 미국 측 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하노이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해왔다.
최선희도 건재함을 확인했다. 1차 정상회담에서 의제 협상을 도맡아 실세로 부상했던 최선희는 이번엔 사전협상에서 제외돼 영향력이 쇠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탁회의에 참석해 여전히 대미 협상의 ‘키맨’임이 확인됐다. 이용호 역시 모습을 드러내 북핵 협상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그동안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파트너로 활약해온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하노이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났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날 만찬에는 배석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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