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진짜 스윙의 시작 '다운스윙의 정석'
겨울이 왔나 싶었는데, 벌써 봄이네요.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으면 연습 좀 진작 해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큰가요. 아니면 마냥 그린으로 달려 나갈 생각에 가슴부터 부푸는, 설렘이 더 큰가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3월 꽃봄’입니다.
다운스윙의 핵 ‘시퀀스’
이제 진짜 스윙을 할 차례입니다. 다운스윙인데요. 백스윙이 에너지를 축적하는 준비 과정이라면 다운스윙은 쌓은 에너지를 폭발하는 분출 단계입니다. 백스윙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과정(대개 백스윙 톱)에서 조금씩 부분 수정을 하기 쉽지만, 다운스윙은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불가역 동작이죠. 그래서 정말 중요한 핵심 원칙이 있답니다. 바로 순서(sequence)입니다. 보통은 공 던지기나 야구 배트를 휘두를 때 본능적으로 몸이 쓰이는 순서랑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골프채만 잡으면 잘 안 된다고 토로하는 분이 많습니다. 평소엔 다루지 않는 낭창거리는 클럽 때문이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동작의 순서만 잘 지켜도 프로와 다를 바 없이 비거리, 방향성이 다 좋아지는 게 바로 골프입니다. 각각의 근육과 관절이 평화롭게 제 순서를 지켜 일을 하는 거죠. 마치 줄다리기에서 호흡을 맞춘 작은 무리가 중구난방 힘을 쓴 큰 무리를 이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힘을 쓸 구간과 힘을 쓰지 않을 구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고 당연히 힘도 훨씬 덜 듭니다(물론 단 한 번의 연습으로 되는 동작은 아니지만 순서를 알고 스윙할 때의 차이는 확실합니다). 관절과 근육이 방해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분 동작으로 순서를 맞춰 스윙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다운스윙의 시작은 맨 아래(발)에서부터 맨 위(손)로 순차적으로 올라가면서 움직여야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즉 왼발 디디기→무릎 열기→엉덩이 회전이죠(워낙 빠른 찰나의 동작이라 꼭 천천히 동작을 느끼며 만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것만큼은 거의 절대원칙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합니다. 발이 잘 디뎌지지 않으면 무릎이라도 잘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하체 리드가 확실해지거든요.
프로들은 100% 하체 리드로 스윙하지만 아마추어들은 거의 90%(조금 과장하자면)가 손이나 팔 등 상체 리드로 스윙을 하죠. 별거 아닌 차이 같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저의 스승이던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처음 그에게 레슨을 받으러 온 각국 프로들에게 테스트 스윙을 시키곤 했습니다. 스승에게 잘 보이고픈 마음이었는지, 그냥 긴장한 탓이었는지 어이없는 실수가 많이 터져나왔죠. 그때마다 그가 “시퀀스가 조금만 달라져도 아마추어 스윙이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라간 그대로만 내려오라
두 번째 원칙이 ‘올라간 대로 내려오라’는 겁니다. 그립을 잡은 손을 세 뼘이나 네 뼘 정도만이라도 클럽헤드가 올라간 모양과 길 그대로 다시 따라 내려온다고 생각하고 다운스윙을 해보세요. 손목 각도도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과 팔로 먼저 치려는 심리 때문에 캐스팅 동작이 나오게 됩니다. 일단 여기(순서와 손 모양)까지만 제대로 하면 스윙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임팩트까지 일사천리로 ‘휙!~’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 봄을 맞아 새롭게 레슨을 받으려는 분들에게 필요한 얘기입니다. 가능하면 자신과 닮은꼴 프로를 찾는 게 좋습니다. 키와 체형이 비슷한 분으로 말이죠. 보통 키 크고 길쭉하며 호리호리한 체형은 클럽을 이용해 리듬을 타는 스윙어(swinger)가 되기 쉽지만 다부지고 근력 있는 골퍼는 공을 때리는 히터(hitter) 성향이 더 크기 때문에 간결한 스윙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레슨을 하면서 알게 된 경험칙입니다. 가급적이면 얼굴이나 경력, 자격 같은 스펙보다는 말의 빠르기나 걸음걸이 속도, 사고방식 같은 궁합을 한 번 체크해 보면 더 좋다는 얘깁니다. 그래야 골퍼의 고민과 스윙 문제를 프로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기가 쉽답니다.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니 해법도 더 쉽게 찾겠죠. 레슨에도 궁합이 정말 중요하답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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