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제재 당분간 유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차질
[ 이태훈 기자 ]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당초 전망과는 달리 소득 없이 끝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려던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도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북한과의 협력 사업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북한이 완전한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며 “제재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최소한 금강산 관광 등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미국이 제재 수위를 단계적으로 낮추면 개성공단 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봤는데 당분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북한에 적용되는 제재는 크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미국 독자 제재로 나뉜다. 유엔 안보리는 작년부터 더욱 강화된 대북 제재를 적용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신규 합작 투자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제재강화법과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과 주요 물품을 거래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도 제재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개인적 관광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은 허용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협력 사업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합의한 상태에서 추진해야 안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시 낡은 시설 등을 개보수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사업 확대도 금지하는 유엔 결의안에 저촉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협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경협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작년 4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담긴 USB(저장장치)를 건네기도 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를 H자 형태로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은 구상을 국민에게 알릴 예정이었으나 힘이 빠진 모양새다. IBK경제연구소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나온 10대 경협 사업에 20년간 총 63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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