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회담이 결렬된지 11시간 만이다. 당분간 ‘침묵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며 전격 대응에 나섰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자정을 갓 넘긴 10분께 숙소인 멜리아 호텔 1층의 회의실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뒤이어 최선희 외무상 부상, 통역사가 차례로 입장했다. 이용호는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꺼내 작심한 듯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회담은 통역을 포함해 총 13분간 진행됐다. 이용호의 발언이 통역을 포함해 7분 정도 이어졌다.
취재진의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최선희는 이용호의 입장 발표가 끝난 뒤 곧바로 떠나지 않고 취재진의 질문을 6분간 받았다.
북한의 기자회견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자정을 넘기기 직전에 베트남 외교부 측에 남측 등 언론사에 핵 담판 결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의 정면 대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그간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혀왔다. 북한은 28일 회담이 결렬된 뒤 2시에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내부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에서 ‘북한이 전면 해제를 주장했다’고 밝히자, 이를 적극 반박하며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회견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중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회견에서 회담 관련 외의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도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이라며 답을 피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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