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카슈미르의 비극

입력 2019-03-01 17:47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히말라야 산맥 서쪽에 있는 남북한 넓이(22만㎢)의 산악지대, 해발 8000m가 넘는 고드윈오스턴(K-2봉)과 낭가 파르바트산, 눈 녹은 물이 숲과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 록그룹 레드 제플린이 ‘태양이 내 얼굴에 부딪히고 별들이 내 꿈을 채우는 곳’이라고 노래한 순수의 시원….

이렇듯 천혜의 자연을 갖춘 카슈미르(Kashmir)는 오랜 분쟁을 겪으며 ‘서남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인도령(잠무 카슈미르)과 파키스탄령(아자드 카슈미르·길기트발티스탄), 중국령(아크사이친)으로 분리돼 있다. 인구도 70% 이상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나머지는 힌두교 신자로 나뉘어 있다.

이 지역의 비극은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인도대륙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무슬림 주민은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바랐지만 힌두교를 믿는 지도자는 인도를 택했다. 이에 반발한 무슬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인도의 무력 개입으로 첫 번째 전쟁이 발발했다. 유엔 중재로 휴전이 된 후 카슈미르는 파키스탄령과 인도령으로 양분됐다.

2차 전쟁은 인도가 지금의 잠무 카슈미르를 연방의 하나로 편입하자 현지 주민과 파키스탄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터졌다. 1971년에는 인도가 동파키스탄 독립 문제에 개입하는 바람에 3차 전쟁이 일어났다. 인도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고,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카슈미르의 오랜 갈등은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다. 인도가 1974년 핵실험을 단행하며 핵 보유국이 되자 파키스탄도 1998년 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했다. ‘핵 카드’를 앞세워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 간에 최근 공습과 전투기 격추 등 무력 충돌이 다시 일어났다. 핵을 가진 두 나라가 공군력을 동원해 전투를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카슈미르 분쟁의 씨앗은 종교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인도·파키스탄의 영토 분쟁, 인도·중국의 지역 패권 갈등, 테러와의 전쟁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파키스탄 영공이 폐쇄되면서 유럽행 하늘길이 막혀 국제선 항공기의 무더기 결항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때는 카슈미르산 산양털로 짠 ‘캐시미어(cashmere)’가 세계를 누볐다. 지금은 앙숙 간의 해묵은 싸움으로 산양뿐만 아니라 주민들 생활도 피폐해졌다. 그 뒤에 핵무기를 손에 쥔 권력자들의 야욕이 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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