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30번 외친 문재인 대통령
"美·北 대화 완전타결 성사시킬 것"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돌파구 마련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는 전날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좌초 위기를 맞은 한반도 평화 프로섹스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북 간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문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남북한 경협 강행이다.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게 대표적이다.
경협 카드로 대화 모멘텀 유지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경협을 위한 명분으로 ‘신(新)한반도체제’ 구상을 꺼냈다. 한반도를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는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라며 “남북이 함께 새로운 평화협력의 질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를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 시대로 규정했다. 이를 위한 첫 작업으로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사업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해 평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종식을 이끌었던 ‘군사공동위원회’를 벤치마킹해 ‘경제공동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단철도가 완성되면 지난해 광복절에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고, 미국을 포함한 다자평화안보체제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평화’였다. 30번이나 사용했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살려가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경협 추진 실효성 우려는 여전
문 대통령은 이날 경협 추진 의사를 강조했지만 전제조건이 되는 대북 제재 해제 추진 여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전날 열렸던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서로의 비핵화에 대한 인식 차만 확인하고 끝난 만큼 제재 완화 주장을 꺼내기는 무리였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날 문 대통령의 경협 강행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에 대량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능하겠지만 개성공단은 유엔 제재를 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대화 모멘텀을 추동하겠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사는 ‘하노이 담판’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면서 대폭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대북 제재가 풀릴 것으로 보고 전면적인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을 담은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합의가 무산되면서 남북경제청 설립 등 굵직한 경협 추진 방안은 기념사에서 빠졌다. 상세한 ‘경협 로드맵’도 담기지 않았다. 전날 미·북 정상 간 협상 실패로 대북제재 완화문제가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일부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신 미·북 간 대화 의지를 강조한 부분은 대폭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