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채 물결·하얀 매화香·흐드러지게 핀 벚꽃…가슴 가득 봄의 향기를 채우다

입력 2019-03-03 15:08  

여행의 향기

전국 봄꽃 여행지



[ 이선우 기자 ]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최대 열흘 이상 빨리 봄꽃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설악산 저지대에 서식하는 야생화는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최대 보름 가까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민간 기상업체 등에선 이달 6일 경칩 이후부터 주요 국립공원 등 전국 각지에서 봄꽃이 꽃망울을 피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상보다 이르게 찾아온 반가운 손님 ‘봄꽃’을 맞으러 봄 여행을 떠나보자.

봄의 전령사 매화 향기 물씬 ‘광양 매화마을’

매화는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보다 빠른 3월 초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려 봄꽃 가운데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은 3월 초순이면 새하얀 매화꽃이 만발해 때이른 봄꽃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는 한 번 도는 데 15~30분이면 족하고 코스도 완만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푸는 걷기여행지로 제격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시작한 매화마을의 본래 이름은 섬진마을이다. 199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매화축제가 전국구 축제로 인기를 얻으면서 사람들이 매화마을로 부르기 시작했다.

매화마을의 대표 명소는 매실명인 홍쌍리 여사가 3대째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이다. 1930년께 율산 김오천 선생이 심은 것으로 알려진 90년생 고목 수백 그루를 비롯한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농원 뒤편 대숲으로 이어지는 전망대는 수천 개에 이르는 장독대와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새하얀 매화꽃으로 물든 한 폭의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필수 코스다.

일렁이는 노란 산수유 물결 ‘구례 산수유마을’

전국 최대의 산수유 재배지인 전남 구례 산동마을은 3월 초·중순부터 노란빛 산수유꽃이 전하는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 400m에 자리한 산동마을은 봄이면 마을 전체를 뒤덮는 노란 산수유꽃 물결에 산수유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르면 3월 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3월 말 만개하는 산수유는 매화와 개화 시기가 비슷해 인근 광양 매화마을과 함께 당일 또는 주말을 이용한 1박2일 일정의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방법이다.

산동마을의 산수유는 중국 산둥성 출신 처녀가 마을로 시집오면서 가져와 심은 것이 시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인근 계척마을엔 중국 처녀가 처음 심은 것으로 알려진 산수유 시목(始木)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산수유꽃이 만발한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 장소는 산동마을에서 상위마을 방면 개울가에 있는 반월교. 이곳에선 산동면과 남원시 경계에 솟은 지리산 만복대와 개울, 산수유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돌을 쌓아올린 마을 골목 담장과 어우러진 산수유꽃 풍경도 볼거리다.

다랑논 가득 유채꽃밭 ‘남해 두모·다랭이마을’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하는 경남 남해 두모마을과 가천 다랭이마을은 벚꽃 여행지인 왕지벚꽃길과 함께 남해 3대 봄꽃 여행지로 유명하다. 두모마을과 다랭이마을의 유채꽃은 3월 중순 이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하순까지 이어진다. 노란 유채꽃이 빼곡히 채운 층층이 다랑논과 바다 해변 그리고 남해의 잔잔한 바다가 빚어 낸 절경은 사진동호회의 출사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남해 상주면 두모마을은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는 2㎞에 이르는 길을 따라 다랑논에 유채꽃을 심어 꽃길을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은 7만㎡에 이르는 다랑논을 이용해 봄에는 유채를, 가을에는 메밀을 재배한다. 마을에선 매년 4월 유채꽃축제와 함께 개매기(개막이) 체험, 맨손 고기잡이, 조개잡이, 카약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해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마을은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유채꽃 풍경으로 두모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바다를 접한 산비탈을 일구고 한 층 한 층 석축을 쌓아 만든 좁고 긴 형태의 다랑논은 명승 제15호로 지정됐다. CNN에서는 다랭이마을을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랑논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암수바위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 마을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벚꽃 여행의 진수 ‘진해 여좌천·경화역’

최고의 벚꽃 여행지는 경남 창원의 진해다. 3월과 4월 진해는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인다. 벚꽃으로 유명한 이곳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배경지로도 자주 등장했다.


여좌천은 TV 드라마 ‘로망스’에 등장해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약 1.5㎞ 길이의 개울에 벚꽃이 터널을 이뤄 최고 벚꽃 명소로 꼽힌다. 폭이 좋은 하천인 여좌천은 산책하기 편리한 데크가 깔려 있고 군데군데 다리가 놓여 있다. 미국 CNN방송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50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화역은 성수사역과 진해역 사이에 있는 간이역으로 2006년부로 여객 업무가 종료됐다. 기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철길을 따라 심은 벚나무가 매년 봄마다 벚꽃 터널을 이뤄 상춘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좌천 다리, 안민고개와 함께 사진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며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와 드라마 ‘봄의 왈츠’에 등장한 800m 철로 주변은 한가로운 벚꽃 구경이 가능해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다.

제황산공원에선 핑크빛 벚꽃으로 뒤덮인 진해의 도시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365계단을 올라가거나 모노레일카를 이용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공원 진해탑에서 중원로터리 8거리를 중심으로 100년 전 근대식 건물과 벚꽃이 어우러진 아담하고 평화로운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벚꽃과 유채꽃 한 번에 ‘삼척 맹방 벚꽃길’

강원 삼척 맹방해수욕장 부근의 맹방 벚꽃길에선 벚꽃과 유채꽃을 한 번에 즐기는 봄꽃 여행이 가능하다. 삼척에서 울진 방향으로 차로 10분가량 가다보면 7번 국도변을 따라 근덕면 상맹방리에서 교가리 삼척전자공고까지 약 4㎞ 구간에 걸쳐 조성돼 있다.


맹방 벚꽃길은 도로변에는 수령 20년의 청년기 벚나무가, 길 옆으로는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도로를 중심으로 가지런히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는 벚꽃터널을 이루고, 그 옆으로 1만6500㎡ 규모의 유채밭이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의 봄꽃 여행지를 완성한다.

꽃이 만발하는 시기는 4월 중순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늦은 편. 봄꽃 여행을 제때 챙기지 못한 경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벚꽃은 인근 맹방해수욕장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과 폭풍우에 금세 지는 데 비해 유채꽃은 5월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수심이 얕고 모래가 고와 명사십리로 불리는 맹방해수욕장 해변에서 봄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섬 전체 가득한 봄꽃 향기 ‘강화 고려산·장봉도’

인천 강화도의 고려산은 수도권을 대표하는 진달래 군락지다. 해마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3월 말, 4월 초에는 진홍빛 진달래로 뒤덮인 고려산 풍경이 TV 등 미디어를 통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강화도 6대 산 가운데 하나인 고려산(해발 436m)의 진달래 군락은 북쪽 산등성이를 따라 산 정상에 가까운 400m 고지대에 형성돼 있다. 진달래 군락의 황홀한 풍경을 보기 위해선 1~2시간 산을 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까지 가는 등산 코스는 5개. 1코스는 고인돌광장, 2코스는 국화리 마을회관, 3코스는 고비고개, 4코스는 고천리 마을회관, 5코스는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해 각각 백련사와 청련사, 적석사 등을 거친다. 가장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코스는 고인돌광장에서 출발하는 1코스로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인천 옹진군 장봉도 역시 봄이면 벚꽃길로 유명하다. 해발 150m 높이의 국사봉을 중심으로 한 줄기 능선이 동서로 뻗은 모양의 작은 섬인 장봉도는 1년 내내 걷기여행 애호가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사면이 바다인 섬에 산봉우리가 많아 어느 코스에서든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장봉도 해안선길은 22.5㎞. 섬의 봄 여행 명소인 벚꽃길은 해안가를 따라 조성돼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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